체코가 30조 원 규모의 두코바니·테믈린 원전 건설 사업의 재입찰 마감일을 프랑스의 요청에 따라 2주가량 미뤘다. 체코 정부가 프랑스 측의 요구를 들어준 데다 사실상 예선 탈락으로 간주했던 미국이 본선에 재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어 최종 결과 발표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체코전력공사(CEZ)는 4일(현지 시간) 1000~1200㎿급 신규 원전 최대 4기를 짓는 사업의 수정된 입찰 제안서 제출 기한을 이달 15일에서 30일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CEZ의 입찰 제안서 평가 보고서 정부 제출일도 5월 31일에서 6월 15일로 순연됐다. 입찰 제안 결과를 6월 중순께 알 수 있는 셈이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려진 것과 달리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입찰도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안다”고 말해 수주전이 복잡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체코 정부는 일정 연기에도 연내 사업자 선정과 2029년 착공, 2036년 시운전 등 당초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체코에 최상의 조건을 보장할 수 있는 최고 품질을 제안받는 것”이라며 “프로젝트 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프랑스전력공사(EDF)의 2주 연장 요청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체코 정부가 프랑스 EDF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내 프랑스의 위상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한국에 불리한 싸움이라는 분석이 있다. 실제 프랑스는 EU 전체 원자력발전량의 48.4%를 생산하고 전체 투자액의 3분의 2를 책임진다. 프랑스는 체코를 비롯해 불가리아·크로아티아·핀란드·헝가리·네덜란드·폴란드 등 유럽 10개국과 ‘원자력 동맹’을 추진 중이다.
다만 프랑스는 원전 건설 비용 초과 및 공기 지연 등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EDF는 최근 영국에서 가압경수로형 원전 2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예산이 당초 추정치보다 70~90% 증가할 수 있으며 시운전은 최대 4~6년 늦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체코 원전 1기당 사업비는 약 8조~9조 원, 4기는 30조 원 내외로 추산된다. 국내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체코 정부의 입찰 제안서 일정 연기는) 기술적인 일정 재조정에 가까운 것으로 안다”면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9월 체코를 찾아 양국 간 원전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올해 초 체코를 방문해 시켈라 장관과 회동해 수주 의지를 재차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아직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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