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필자는 지인들에게 이와 관련한 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 질문들을 요약하면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금을 투자할 때 환율에 노출하는 것이 유리한가. 두 번째, 금은 연금과 같은 장기 자산 배분 투자처로 적합한가. 필자의 대답은 ‘예스(YES)’다. 금은 환 노출이 유리하고 장기 자산 배분 투자에 적합하다.
이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필자는 1995년 5월로 비교 시점을 특정했음을 밝힌다. 해당 일자가 안전자산인 국고채 5년물이 발행된 해이므로 이를 금 투자와 비교하기 위해서다.
가장 직관적으로 개별 자산의 수익률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가상승률이다. 금은 환 노출 기준으로 연평균 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2.7%였던 점을 감안하면 금의 환 노출 투자는 매년 5.7%의 초과수익률을 거뒀다. 이에 반해 물가상승률 대비 금의 환 헤지(위험 분산) 투자 초과수익률은 3.7%에 불과했고 국고채 5년의 초과수익률도 2.0%에 그쳤다. 금은 환 노출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다음은 개별 자산의 위험 측면에서 환 노출과 헤지 가운데 무엇이 더 금 투자에 유리한지 판단해 보겠다. 글로벌 경기가 확장 국면에 들어가면 원화는 강세를 보인다. 이 경우 헤지한 금의 수익률 상승 폭이 노출형보다 커진다.
반대로 글로벌 경기가 수축 국면에 들어가면 원화는 약세를 보인다. 헤지한 금의 수익률 하락 폭도 노출형보다 커진다. 금에 투자할 때는 전체적으로 환율을 노출하는 것이 헤지하는 것보다 수익률, 위험 변동 폭이 작다는 의미다.
비교 기간으로 짧을 수 있지만 국내 상장된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2개를 통해서도 이는 확인 가능하다. A ETF는 2010년 상장한 환헤지 및 선물형 ETF이고, B ETF는 2021년 상장한 환노출 및 현물형 ETF이다. A의 경우 환헤지 비용과 금 선물 가격의 콘탱고(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거나 결제월이 멀수록 선물가격이 높아지는 현상)로 인한 비용이 발생한다. 다소 늦게 상장한 B에 맞춰 연평균 수익률 기준 변동성을 계산해 보면, A는 14.1%이고 B는 11.2%다. 같은 기간 전고점 대비 최대 하락률(Maximum Draw Down: MDD)도 A는 20.3%, B는 9.4%다. 금은 환노출 투자가 헤지보다 안전하다.
금을 다른 자산과 섞어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전체 포트폴리오 위험은 자산군 간 상관관계로 측정한다. 포트폴리오 효과 극대화를 위해 안전자산 성격인 금을 장기 수익률과 변동성 위험이 모두 높았던 글로벌 주식 자산과 섞어 보겠다. 글로벌 주식 자산의 수익률과 금의 환 노출 수익률 간의 상관관계는 0.05다. 다른 자산들을 섞는 것보다 포트폴리오 변동성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위험과 수익률 모든 측면에서 금의 환 노출 투자는 연금과 같은 장기 자산 배분 투자에 사용되기에 충분하다.
혹자는 금 현물이나 선물 ETF 투자 외에 금을 채굴하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ETF를 매수하는 것이 어떠냐고 묻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 ETF를 투자하는 것이 금 채굴 기업 ETF에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 대비 수익률이 우월하다. 이는 금 채굴 기업 ETF 중 가장 대표성을 지닌 반에크 골드 마이너스 ETF(GDX)와 금 현물 ETF 간의 위험·수익 구조(Risk Return Profile)’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 매장 금광은 과거에 채굴한 금광보다 채굴 비용이 훨씬 높은 곳만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채굴 비용은 빠르게 증가할 것이므로 금 채굴 기업 투자는 현물 금 투자보다 나은 수익률을 낼 수가 없다.
금 현물 ETF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파생상품에 해당하는 금 선물 ETF는 개인연금으로만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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