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모펀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거래소 직접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제도 발표 이후 3개월 동안 한 건도 신청이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산운용사들은 상장지수펀드(ETF)와의 차별화 전략이나 판매 보수 등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 채 주저하는 모습이다. 상장을 위해서는 유동성공급자(LP)를 확보하고 거래소 규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당국이 목표로 한 상반기 내 신청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올해 1월 3일 일반 공모펀드의 거래소 직접 상장 등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후 3개월 동안 이를 신청한 자산운용사는 전혀 없다. 당초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 중 신청을 받아 금융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상정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일정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특례를 부여해야 하는데 아직 접수된 건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모펀드의 투자 매력도가 낮아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되자 올해 초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판매 수수료 절감 등을 위해 상장 거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인센티브도 부여했다. ETF는 기초지수와의 상관계수가 0.9 미만(액티브 ETF는 0.7)인 상태가 3개월 이상 이어지면 상장폐지 사유가 되는데 상장 공모펀드는 지수 연동 의무를 없앤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상장 공모펀드를 ETF와 얼마나 차별화할 수 있을지 자체적인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연구하고 있으나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상장 공모펀드는 상관계수가 없는 만큼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직상장하기 때문에 판매 보수를 어느 수준으로 책정해야 하느냐의 문제도 남았다. 주식형 ETF 판매 보수는 0.02%인 반면 ETF를 제외한 주식형 공모펀드 판매 보수는 0.59%로 차이가 크다.
기존 판매사와의 관계는 물론이고 일반 펀드를 ETF처럼 거래하려면 호가 조성을 위한 LP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얽힌 문제도 있다. 거래소 상장 관련 규정 등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연내 규제 샌드박스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규제 특례로 효과성을 검증한 뒤 내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법제화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얼마나 많은 운용사를 끌어들일 수 있는지를 지켜본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장 큰 고민은 ETF와의 차별화 문제”라며 “운용사들이 공모펀드 활성화라는 대전제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지근한 반응이라 추가적인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신청 의사를 밝힌 자산운용사 여러 곳과 함께 법적·제도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상장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도 마련해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정책 발표 직후 상장보다는 판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으나 이를 조율한 결과 참여 의사를 밝힌 운용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상장 공모펀드는 판매 보수 등 거래 비용을 줄이고 환매성이 높다는 점에서 운용사에도 분명한 이득이 되는 방안”이라며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당국, 유관 기관 등과 공유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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