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소유주가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음에도 이를 돌려주겠다고 속인 뒤 오피스텔 점유권을 이전하더라도 사기죄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 오경미)는 지난 달 12일 특정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타인이 점유하는 타인의 재물과 재산상의 이익을 객체로 하는 범죄로 재물을 점유하면서 향유하는 사용·수익권은 형법상 사기죄에서 보호하는 재산상의 이익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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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A씨로부터 2018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오피스텔을 보증금 1억 2000만 원에 약 2년 간 임대했다. 이후 2020년 B씨는 임대 계약을 해지하기로 하고 A씨로부터 보증금 7000만 원을 돌려받았다. A씨는 나머지 잔금을 치를 여력이 없음에도 "1일 이체 한도로 인해 나머지 5000만 원은 추후에 주겠다"고 한 뒤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결국 A씨는 보증금을 전액 반환하기 전에 오피스텔 점유권을 이전하면서 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역시 A씨의 항소를 기각하며 "사기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이익은 계산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이익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채무이행을 연기 받는 것 등도 재산상의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겠다는 피고인의 말에 속아 나머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않고 오피스텔의 점유권을 피고인에게 이전하였더라도 사기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을 처분하였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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