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커머스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중국 당국과 업체들에 한국 소비자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관리 강화를 요청한다. 한중관계가 여전히 냉랭한 상황이지만 중국 e커머스를 이용하는 한국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큰 만큼 정부 간 협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최장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17일부터 2박 3일 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공안부 관계자 등과의 면담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한국 개인정보위처럼 개인정보 보호 관련 전담 감독기관이 없어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최 부위원장은 이번 방중 기간 동안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베이징 대표처' 개소식에 참석해 중국 온라인 플랫폼들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을 직접 챙기면서 당국자의 만남도 별도로 추진 중이다. 그간 베이징에서 사무소를 운영해오던 KISA는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대표처 설립을 승인받았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개인정보위 실무자들이 KISA 베이징 사무소를 찾아가 (한국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노출 및 불법 유통 게시물 삭제 활동을 해왔는데 차관급 인사가 관련 업무를 챙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 온라인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어 개보위 부위원장이 중국 당국 관계자들과 만나 개인정보 관리 강화 필요성을 공유하려는 취지"라면서 “(중국 당국에) 만남을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개인정보위는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중국 플랫폼 업체들과 현지에서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 현지 플랫폼과 일정 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위가 외국에 본거지를 둔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현지에서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 기업이라도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면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제대로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게 간담회 취지"라고 말했다.
개인정보위가 이같은 행보에 나선 것은 중국 온라인 업체들과 관련한 각종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해외 기업은 위법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국내 기업 보다 제재나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의 한국 고객에 대한 개인정보 이용 및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큰 상황이다. 중국은 국가정보법 등에 따라 자국 플랫폼이 가진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언제든지 수집할 수 있다. 현재 개인정보위는 알리·테무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들의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실태에 대해 조사 중이며 정부는 합동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의 개인정보 관리 등과 관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