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속보성 경기 지표 개발에 착수했다. 현행 경제 데이터들은 길게는 두 달 가까이 시차를 두고 생산돼 빠른 정책 대응을 위한 자료로 쓰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빅데이터 기반 실시간 경기 진단 시스템 구축’ 사업 용역을 발주했다. 연말까지 정부와 민간이 가진 빅데이터를 활용해 거시경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GDP나우’는 물론 유럽·호주·중국 등 주요국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사용하고 있는 속보성 지표 모델을 참고할 계획이다. GDP나우는 미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지표로, 사실상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실시간 들여다볼 수 있다. GDP나우에 따르면 이날 현재 1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2.5%로 추정된다. 미국의 1분기 GDP 속보치는 25일에 나온다.
기재부는 꼭 GDP에만 한정하지 않고 소비·투자·생산 등 다양한 거시 지표를 빠르게 측정할 수 있도록 위성항법장치(GPS) 자료나 결제 정보, 검색 트렌드 등 접근 가능한 모든 데이터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사용하고 있는 계량기법은 물론 신경망 네트워크,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AI) 기법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기재부 내에서는 면밀한 경제정책 운용을 위해 신속성이 보장되는 경기 지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물가나 고용·산업활동동향이 한 달가량 뒤에야 발표되다 보니 경기 판단에 어려움이 상당하다”며 “경기 변동이 급격할 때는 한두 달의 시차 때문에 적시 행정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 역시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빅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며 “의지만 갖는다면 얼마든지 정교한 속보성 지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통계청도 보다 빠르게 경제 상황을 살피기 위해 지난해 ‘나우캐스트’ 서비스를 개설했다. 민간기관과 협업해 △신용카드 이용액 △온라인 지출 △배달 외식 지출 등의 지표를 주 단위로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소비 빅데이터를 위치 정보와 결합해 유동 인구, 생활 안전사고 발생, 카드 사용 현황 등을 지도에 표시하는 시각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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