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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들어 밖을 보라…AI·보조금 등 선제대응해야”

"정치권 몰입 말고 통상전략 짜야"

여소야대 국면서 일부 조정 불가피

CPTPP·대중 수출 통제 등 불투명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 연합뉴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가운데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통상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정치권의 다툼에 적절한 대응 타이밍을 놓치면 국익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눈을 돌려 밖을 보면 국제 질서가 바뀌고 있으며 지정학적 위기, 생성형 인공지능(AI), 미국 대통령 선거 등 대전환의 시기”라며 “내부 정치가 중요하지만 외교와 안보, 통상, 투자 전략 등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과 일본·필리핀이 대중 차단에 나섰고 남중국해는 불안하며 동북아시아에서는 대만이 리스크 요인”이라며 “내부 구조 개혁에 힘을 기울이면서도 이념적 구도에서 벗어나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중 갈등 심화와 주요국의 반도체 보조금 경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한국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정부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참여 요구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덜레스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는 동맹들과 같이 공조하는 큰 틀에 대해서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다만 “산업 관계나 통상 관계에 있어서는 한중 관계를 최대한 안정시키는 노력도 병행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전 입찰에 뛰어든 가운데 한수원과 미 웨스팅하우스 간 법적 분쟁도 이번 방미를 계기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향후 통상 전략의 방점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찍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김흥종 고려대 국제대학 특임교수는 “한국은 무역의 90% 이상을 해상 교역에 의존한다”며 “해상 교역 등을 고려한 지정학·지경학적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 주요 거점국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정부가 지금이라도 의지를 갖고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장선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여소야대 국면에 국회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겠지만 안정적인 공급망을 생각하면 더 미루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이다. 주제네바 대사를 지낸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CPTPP 가입은 국회 보고를 거쳐야 하는 만큼 사실상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농어촌의 반발이 큰 사안인 만큼 국회 문턱을 쉽게 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CPTPP 가입을 추진하려고 하면 처음 가입을 시도한 3년 전 제기됐던 우려가 한꺼번에 터져나올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CPTPP 가입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대비해 대미 전략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재선 시 미 정부가 바이오·AI 등 전략산업에 적극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중국산 수입품에는 60% 이상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외연 측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 당선 시 대외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재선을 전제로 한 통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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