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경영환경이 악화하며 생산성 관리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1인당 생산성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경영 공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직원 1명당 이익이 가장 적은 곳은 우리은행(2억 8900만 원)이었다. 가장 많은 곳은 하나은행(4억 1600만 원)이었고 NH농협은행(3억 3800만 원), 신한은행(3억 1500만 원), KB국민은행(3억 1200만 원) 순이었다.
시중은행의 생산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특히 농협은행의 직원 1인당 이익은 1년 전보다 8700만 원 늘며 1년간 생산성 개선 폭이 가장 컸다. 1000만 원 늘어난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하나은행(5600만 원), 국민은행(4800만 원), 신한은행(1200만 원) 순으로 1인당 이익이 개선됐다.
5대 시중은행의 생산성이 개선된 데는 희망퇴직과 영업점 축소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임직원은 총 7만 1847명으로 전년 대비 1824명 감소했다. 점포도 5773개로 1.3%(74개) 줄었다. 인터넷뱅킹이나 비대면 대출 등으로 은행이 디지털화하면서 전반적인 업무가 효율적으로 개선된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은행 생산성은 이자, 비이자이익을 합한 수익에서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을 빼서 산출한다.
영업점을 운영하지 않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대비 2배 넘는 생산성 지표를 나타냈다. 토스뱅크의 경우 직원 1인당 이익이 7억 2500만 원으로 압도적이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6억 원, 5억 300만 원을 기록했다. 토스뱅크의 직원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우리은행의 약 2.5배에 달하는 것이다. 인터넷은행의 평균 1인당 생산성은 6억 933만 원으로 시중은행 평균(3억 3400만 원)의 약 1.8배 수준이다.
인터넷은행은 직원 수를 늘려 전년보다 인건비 지출이 늘어났지만 수익성을 확대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임대료·접대비 등 관리비 지출이 낮고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며 질적 향상을 이뤘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생산성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시중은행의 경우 영업점 축소에 제한이 있는 데다 인터넷은행의 여·수신 포트폴리오가 다변화하며 수익성이 높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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