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열린 시민 대표 500명이 참여한 숙의토론회 첫날 국민연금의 재정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숙의토론회는 14일과 20일, 21일까지 이어진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연금공론화위원회는 숙의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특위에 연금개혁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연금공론화위는 13일 전문가 및 500명의 시민 대표단을 초청해 연금개혁 숙의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개회식과 안건 발제는 KBS를 통해 이날 생중계됐다. 토론회에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40%인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1안과 보험료율만 12%로 올리는 2안이 상정됐다. 1안이 소득 보장론, 2안이 재정 안정론을 대표한다. 시민 대표단은 나흘에 걸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친 뒤 보다 선호하는 대안을 선택할 예정이다.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시민 대표단의 의견을 국민 의견으로 생각하겠다”며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안을 입법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 안정론 측 전문가로 나온 김도형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키우지 않을 경우 고갈 시점에 미래세대가 져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되면 (이후 발생하는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9%에서 26%로 올려야 한다”며 “최종적으로는 보험료율이 35%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녀 세대들이 40%의 소득대체율을 위해 30% 이상의 보험료율을 부담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느냐”고 지적했다.
재정 안정론자인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연금을 받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금이 노후 소득을 보장하면서도 지속 가능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번 개혁의 포인트는 미래에도 감당 가능한 보험료율을 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 교수는 “국민연금은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보험료 부담은 낮추고 급여는 높은 구조로 도입했다. 미래 세대의 부양을 받는 적자구조 연금”이라며 “그렇다 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보험료율이 18.2%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9%”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생 고령화가 심화되면 기금은 순식간에 줄어들고 또 매년 큰 적자를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노후 소득 보장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40%대다. 국민 상당수가 노인이 되면 빈곤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소득대체율 50%는 선진국 대한민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연금 보험료를 꼭 임금에 부과할 필요도 없다. 자산소득에도 부과할 수 있고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퇴직을 하고 소득이 단절되면 누구나 노후소득 위험을 겪게 된다. 가정이나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수급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금이 소진된다고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제갈 교수는 “OECD에 비해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이 심각한 것은 국민연금 보장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이를 고치지 않으면 2030세대가 노인이 됐을 때도 노인 빈곤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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