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산업은 특히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용기로 비판을 받아왔다. 그 결과 최근 수년간 내용물에 비해 턱없이 크고 화려한 플라스틱 용기, 재활용 어려운 복합 소재 용기 등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아모레퍼시픽그룹·CJ올리브영 등 자체적으로 공병 수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관련 기업들도 늘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쓰레기를 줄이고 손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한 제품들도 눈에 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뷰티 업체인 아로마티카와 비케이브로스는 각각 자사 브랜드인 ‘아로마티카’와 ‘타가’에 ‘메탈 프리(metal free) 펌프’를 전면 도입했다. 비케이브로스 관계자는 “메탈 프리 펌프는 철제 스프링 대신 폴리에틸렌(PE) 스프링을 사용해 일반 펌프 대비 원가가 1.5배가량 비싸지만 펌프를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제 스프링이 들어간 일반 펌프는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해 일반 쓰레기로 분리배출해야 한다. 2019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된 펌프 용기는 샴푸·트리트먼류만 1억 3000여 개다. 타가 관계자는 “펌프 용기가 제대로 재활용된다면 탄소 배출량 2톤을 줄이고 4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랜(OREN)은 분말형 바디워시를 판매하고 있다. 종이 파우치에 담긴 분말 바디워시를 물과 섞어 쓰면 된다. 액상을 분말로 바꿨을 때의 가장 큰 장점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을 필요가 없어 플라스틱 사용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게다가 부피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 물류 과정에서의 탄소 감축과 비용 절감까지 가능하다. 오랜 측은 “1000㎖ 액상 바디워시 제품의 탄소 배출량이 26.82㎏이지만 분말형은 2.68㎏ 수준”이라며 “바디워시 제품의 70~80% 이상을 차지하는 물을 빼 탄소 배출을 최대 90%까지 줄였다”고 설명했다. 일반 비누와 비교해도 탄소 배출량이 최대 50%까지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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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밤·향수류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눈에 띈다. 버츠비·모어포모레 등의 브랜드에서는 밀어 올려 쓰는 종이 스틱 포장재를 적용한 립밤을 판매하고 있다. 로레알그룹의 향수 브랜드인 아르마니 향수는 기존 향수병을 계속 쓸 수 있는 리필 제품을 2022년 향수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버버리 향수도 리필 트렌드에 동참했다.
이 밖에 톤28은 시카(병풀) 라인업을 위해 전남 해남에 직접 병풀 농장을 운영 중이다. 시카 화장품의 대대적인 유행 속에서 소비자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취지다. 2018년부터 무농약으로 조성한 해남 농장에서는 병풀뿐만 아니라 톤28 제품에 필요한 다양한 원물들을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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