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4·10 총선 참패의 원인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라 지목하며 연일 ‘한동훈 때리기’에 나섰다. 홍 시장은 총선 결과에 대해 “108석 주었다는 건 국민들이 명줄만 붙여 놓은 것”이라 지적하며 차기 대권 주자로서 당 쇄신 과정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시장은 총선 패배 이후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날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략도 없고 메세지도 없고 오로지 철부지 정치 초년생 하나가 셀카나 찍으면서 나홀로 대권놀이나 한 것”이라며 “내가 이 당에 있는 한 그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맹폭했다.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전략 부재를 언급하며 “정치 아이돌”, “셀카 쇼”라는 식의 비판 공세를 이어왔다.
홍 시장의 이같은 행보는 당 재건 과정에서 본인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그는 “108석 주었다는 건 국민들이 명줄만 붙여 놓은 것”이라며 “불난 집에 콩이나 줍는 짓은 하지 말고 하나되어 다시 일어서자”며 당 내부를 향해서도 자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 이후 지도부 사퇴로 ‘그라운드 제로’ 상태에서 당을 이끌 사령탑을 모색하는 등 당 수습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차기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내비쳐온 홍 시장이 총선 패배 이후 당 정상화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 주자로 점쳐지는 한 전 위원장을 향한 견제구라는 시선도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3년 남은 대선을 앞두고 한 전 위원장을 다시 불러들일 가능성도 열려있다.
다만 홍 시장은 최근 한 위원장을 향한 연이은 비판이 ‘차기 대권 주자를 향한 견제’라는 일부 평가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망발”이라며 “생각 좀 하고 살자”고 반박한 바 있다. 앞서 한 전 위원장은 위원장 사퇴 이후 당직자들에게 “제가 부족했다”며 “우리가 국민의 사랑을 더 받을 길을 찾게 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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