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선 과정에서 나온 여야 공통 공약부터 추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야당이 선거에서 압승한 가운데 양측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부터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야 간극이 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기보다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총선 공약들에서 접점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여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정책 입법을 위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금투세 폐지 공약만 해도 사실상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의석수가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인 180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 금투세 폐지 대신 개인종합
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을 높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ISA 세제 지원 확대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힘이 실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투자상품 세제 혜택이 큰 일본 ISA가 주식시장에 자금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한국도 ISA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는 밸류업을 견인하는 방안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여당은 ISA계좌에 제공하는 배당·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를 기존 200만 원에서 500만 원 상향하기로 했고 민주당도 이자·배당·투자 소득 전액을 비과세하자고 공언한 만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접점을 찾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상속·증여세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면 개편을 내세웠다가는 하반기 예산 정국조차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국은 연부연납 기간 확대와 저율 과세 구간 조정 등을 두고 야당의 이해를 구하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만 해도 문재인 정부 당시 기재부와 가업 상속 지원 세제 개편을 논의한 바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징벌적인 상속세율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만큼 과세 구간의 합리성을 찾는 방식으로 야당을 설득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재부는 연구개발(R&D)과 벤처투자 지원 확대도 야당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R&D 투자세액공제율과 벤처투자 세제 지원 확대는 야당도 큰 틀에서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추가 연장하자고 동의한 만큼 이 부분은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인 5월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는 인구소멸지역 주택 수 불산입 정책에 대해서도 야당이 공감하고 있어 ‘세컨하우스 세제 지원’ 입법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가 국가적 장기 과제인 인구소멸, 저출생, 자본시장 선진화 등 큰 원칙에서 공감대가 가능한 정책 우선 과제를 설정하고 야당을 설득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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