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의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 공격을 감행하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외환 시장에서 엔화 매도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0분 기준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3.82엔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153.85엔까지 찍었다. 엔·달러 환율이 153엔 후반 수준으로 치솟은 것은 1990년 6월 이후 약 34년 만에 처음이다. 153엔 초반에서 거래되던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달러 대비 엔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엔화 약세는 지난달 말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탈피 선언 후 계속되고 있다. 일본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앞으로 금리를 더 올리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며 엔화 매도를 촉발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엔화 가치에 추가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을 계기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 정책 행보가 조심스러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중동 전쟁의 확전으로 유가가 치솟으면 결국 물가를 자극하고,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이에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한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미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관측이 후퇴하면서 달러 매입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주시하고 있다. 만전의 대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엔화 환율이 치솟으면서 일본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이날 오후 2시 48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91% 떨어진 3만 9165.51엔을 기록했다. 장중 이날 오전 닛케이지수는 1.8%까지 하락했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줄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