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결제 받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논스에서 열린 플리마켓 한 켠에는 BTC 결제도 가능하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논스는 국내 최대 웹3 커뮤니티다. 업계 종사자들이 근무하거나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업계인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가상자산 결제가 자연스럽게 도입됐다.
BTC로 결제를 하려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스마트폰에 BTC 지갑을 설치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 지갑인 ‘월렛오브사토시(Wallet of Satoshi)’를 사용했다. 월렛오브사토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위에 구축된 레이어2 솔루션이다. 비트코인의 느린 거래 속도를 개선하고 수수료도 줄였다.
판매자가 물건 가격을 BTC 최소 단위인 사토시(=0.00000001BTC) 단위로 설정하면, QR코드가 자동으로 생성됐다. 이후 물건 구매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판매자 지갑 주소로 판매자가 설정한 금액이 송금됐다. 최근 BTC 가격을 1억 원이라고 산정하면, 1사토시는 대략 1원의 가치를 지니는 셈이다. 1만 3000사토시(약 1만 3000원)를 전송하는 데 채 1초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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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는 간단히 이뤄졌지만 이 과정에서 장벽은 여전했다. 판매자는 네트워크 수수료까지 감안해 가격을 설정해야 했다. 환불 단계에서도 수수료가 영향을 미쳤다. 판매자가 구매자로부터 받은 BTC를 고스란히 돌려주려 하자 잔액이 부족하다는 오류가 떴다. 그새 네트워크 환경에 변화가 생겨 수수료가 일시적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월렛오브사토시에 한번 뜬 오류가 해결되기까지는 약 5분에서 10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그럼에도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카드사·결제대행사(PG사)에 내는 수수료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수수료가 저렴해 이득일 것”이라고 전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지갑에서 곧바로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사용자가 결제 수단으로 BTC를 활용하려면 우선 업비트·빗썸 등 중앙화된 거래소 또는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 BTC를 매입해야 한다. 이후 이를 다시 라이트닝 네트워크 지갑으로 옮겨야 한다. 이러한 번거로운 단계 때문에 이 곳에서조차 실제로 BTC로 결제하려는 사람은 드물었다. 논스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와는 달리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서는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지원해 사용자가 BTC를 입출금하기 조금 더 수월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과정을 간소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비자는 웹3 인프라 제공기업 트랜색과 손잡고 비자 다이렉트 솔루션을 이용한 가상자산 인출·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전세계 145개국 사용자는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BTC를 포함해 최소 40종의 가상자산을 인출할 수 있다. 사용자는 메타마스크 등 가상자산 지갑에서 비자 직불카드로 가상자산을 법정화폐로 교환하고, 비자와 제휴된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결제가 전세계 결제 산업의 10%만 가져와도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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