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인도에서 새로운 보일러법이 통과됐다. 전국의 모든 산업용 보일러를 관청에 등록한 후 매년 주정부 공무원의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그보다 60년 전 캘커타에서 보일러 폭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도입했던 보일러법을 안전을 명분 삼아 한층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보다 명분을 앞세운 보일러법은 지난 100년 가까이 기업들에 손톱 밑 가시 같은 규제로 작용했다. 보일러 담당 공무원들의 수는 한정돼 가뜩이나 검사가 늦어지기 일쑤인 데다 내야 하는 서류도 한둘이 아니어서 기업들의 불편이 컸다. 결국 보일러법은 2014년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내세운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정권을 잡은 후 수술대에 올랐다. 다만 단번에 보일러 규제를 뽑아낼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모디 정부는 ‘셀프 인증’이나 외부 기관의 검사도 허용하는 점진적인 개혁안을 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디식 개혁을 상징하는 사례”라고 평했다.
인도는 촘촘한 규제와 관료주의로 악명이 높았다. ‘라이선스 라지(Licence Raj·인허가 왕국)’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식민 지배 시절 영국식 법·제도가 어설프게 도입됐고 독립 이후에는 ‘네루식 사회주의’가 더해지면서 규제로 점철된 국가가 됐다. 보일러법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직원 고용 규제, 까다로운 건설 인허가, 각종 보고 의무 등 그물망 규제로 인해 인도에 진출했다가 발을 뺀 해외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모디 총리는 꾸준한 개혁을 통해 규제를 서서히 걷어냈다. 그러자 외국인 투자가 늘었고 인도 경제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7% 이상 성장했다. 미국 투자계의 거물 레이 달리오는 “모디 총리가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과 같다”고 평가했다.
모디 총리가 최근 화려한 경제성장률과 높은 지지율을 발판으로 3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집권 초기에는 기득권의 반발로 인해 개혁 속도가 더디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모디 총리는 지난 10년간 불굴의 규제 개혁 추진을 통해 인도 경제를 ‘달리는 코끼리’로 성장시켰다. 우리도 끊임없는 규제 혁파 없이는 저성장 장기화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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