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비트코인(BTC) 채굴 산업에 중국의 영향력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는 “BTC 채굴은 미국의 에너지·통신 인프라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보안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며 “미국 채굴 산업에서 사용되는 중국산 채굴 장비가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새로 채굴된 BTC는 채굴장에서 시장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채굴장비의 보안이 전체 네트워크의 보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채굴기 대부분은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보안 우려가 크다.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채굴되는 BTC를 얻기 위해 채굴자는 다른 이들보다 먼저 수학문제를 풀기 위해 고성능의 컴퓨터 장비를 동원한다. 빠른 컴퓨팅을 위해 전문 채굴기에는 고급 반도체인 ASIC이 내장돼 있는데 ASIC의 98%는 비트메인 등의 중국 기업에서 공급한다.
관련기사
미국 내 중국계 채굴 기업의 수의 급증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최근 국가 안보 전문가 일부는 이들 시설이 미국의 주요 기반 시설과 근접해 있다며 당국의 조치를 촉구했다. 또 채굴 시설을 트로이 목마로 이용해 중국 정보 기관이 군사 시설, 전력망, 통신 네트워크 등을 표적으로 사이버 간첩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산 하드웨어의 펌웨어나 채굴기 내 소프트웨어에 보안 백도어를 숨기면 민감한 데이터를 유출할 수 있고, 인프라를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굴장비의 경우 복잡한 기술이 적용돼 백도어의 보안이 취약할 수 있다.
특히 비트메인 등의 채굴 기업이 미국의 규제망을 우회하고 있어 보다 정밀한 규제가 요구된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분쟁 이후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비트메인 등의 기업은 국외 지역에 자회사, 계열사를 설립하거나 공격적인 덤핑, 가격 인하 전략으로 관세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반도체법(Chips Act)을 무력화하고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도 약화하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미국 금융 산업에서 블록체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력도 함께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0%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BTC 채굴 산업은 2029년까지 연평균 9%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중국이 미국을 대상으로 채굴 장비 수출을 제한하거나 중국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BTC 네트워크를 조작한다면 미국 투자자, 금융 기관까지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규제 강화와 자체적인 채굴 기술 개발 등이 제시됐다. 스리랑 비스와나단 셀레스타 캐피털 창립 관리 파트너는 “채굴 시설에 보다 엄격한 사이버 보안 프로토콜과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도입하고 공급망의 투명성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하며, 국제 표준을 수립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내 첨단 반도체 개발에 투자를 강화해 미국 채굴 산업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