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에 이어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이 한국에서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서며 국내 유통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40명이 넘는 서울 주재 인력에 대한 채용을 진행 중인데 정보기술(IT) 외 마케팅·세일즈 부문이 포함돼 지난해 말 상표 출원한 ‘틱톡샵’의 국내 운영이 곧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틱톡샵의 경우 뷰티·패션이 주력 판매 상품이어서 기존 중국 e커머스와 다른 만큼 국내 시장에 또 다른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틱톡은 자사 글로벌 커리어 채널과 국내 인력 채용 업체를 통해 채용을 진행 중이다. 틱톡 글로벌 커리어 채널에 게시된 서울 주재 인력 채용 인원 수만 40명이 넘는다. 해당 인원이 모두 고용된다면 기존 중국 e커머스 업체들 중 한국에 법인을 만들고 인력 채용에 가장 적극적인 알리익스프레스보다도 많은 인력을 확보하게 된다. 해당 채용 인원에는 정규직은 물론이고 5월부터 근무하는 인턴십까지 포함됐다.
틱톡 인력 채용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세일즈·마케팅 인력이 대거 포함됐다는 것이다. 2017년 국내에 진출한 틱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특성상 관련 인력 채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채용에는 e커머스 클라이언트 파트너, 세일즈 영업전략 담당자 등이 포함됐다. 틱톡은 앞서 지난해 12월 한국에 틱톡샵 상표를 출원했다. 이에 국내 e커머스 시장 진출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며 화제가 됐는데 이번 인력 채용은 이러한 비즈니스 확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틱톡은 해외에 진출한 다른 국가에서는 이미 틱톡샵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먼저 2021년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말레이시아·싱가포르·필리핀·태국·베트남으로 확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소셜미디어인 틱톡의 미국 내 진출을 막으려고 압박하자 동남아시아에서 신사업 모델을 먼저 키운 것이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미국은 물론 영국·사우디아라비아까지 시장을 확대했다. 틱톡샵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200억 달러(27조 8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집계했다.
관련기사
틱톡샵은 숏폼 콘텐츠 중심의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탄생한 미디어 커머스인 만큼 기존 중국 e커머스와 차별화된 판매 방식이 큰 특징이다. 소비자들은 틱톡에서 짧은 영상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클릭하면 틱톡샵으로 넘어가 간편하게 결제하고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이용자들의 흥미를 끌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펀커머스’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틱톡 입장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관심에 맞는 콘텐츠를 반복 노출해 재미와 함께 쇼핑을 유도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틱톡이 진출한 국가에 따라 상품을 소싱하는 방법을 다양화하고 있어 한국 시장에 틱톡샵을 열면 알리익스프레스처럼 국내 셀러를 직접 모집할 가능성도 있다.
틱톡의 차별화된 마케팅 방식은 국내 유통시장에서 중국 e커머스의 상품 카테고리 확대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와 테무의 경우 중국이라는 세계의 공장에 기반해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된 물건을 최소한의 마진만 남기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저렴한 생필품 외에 다른 상품 카테고리로 판매 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틱톡은 소셜미디어 특성상 플랫폼 이용자의 팬덤을 무기로 하기 때문에 판매 상품이 무한 확장되는 특징을 갖는다. 실제 미국과 영국 선진 시장에서 틱톡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뷰티·패션 상품 판매에서 큰 인기를 끄는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틱톡을 시작으로 중국 업체들의 판매 카테고리가 넓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국내 유통시장에서 틱톡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틱톡이라는 플랫폼이 더 많은 인기를 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틱톡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59만 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453만 명)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알리·테무가 단기간에 국내 시장에서 MAU를 폭발적으로 늘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틱톡 관계자는 “상표 출원은 했지만 틱톡샵 오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한국의 경우 e커머스 시장이 경쟁적이고 고도화돼 있어 진출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