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가 기업형 슈퍼마켓(SSM) 비상장 자회사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흡수합병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취임 후 이마트가 창사 31년 만에 첫 희망퇴직을 단행한데 이어 이번 합병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등 실적난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정 회장과 한채양 이마트 대표가 잇따라 ‘본업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이후 이뤄진 첫 대규모 구조 개편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마트는 16일 양사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합병 기일은 이달 30일이며 통합 이마트 법인은 7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올해 통합 매입을 위한 조직 정비 등 기반을 다진 뒤 2025년부터 본격적인 통합 시너지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합병은 지난해 9월 한 대표가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두 회사의 대표를 겸임하면서 추진해온 효율성 개선 작업의 종착점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SSM 이마트에브리데이의 매입과 물류를 완전히 합쳐 비용을 절감하고 원가 경쟁력을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통합 물류를 통한 운영 효율화도 기대하는 효과다. 기존 두 회사가 보유한 물류센터를 함께 활용하면 보다 신속하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비슷한 지역 안에 있는 물류 센터를 통폐합해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마트와 슈퍼 교차 이용자를 타깃으로 하는 통합 마케팅도 가능하다.
그동안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별도 법인으로 분리돼 있어 공동 구매를 일부 진행하면서도 공식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해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인이 다르면 상품 코드도 일원화하기 어렵고 실무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법인을 통합하지 않고 공동 구매를 할 경우 부당 내부 거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합병이 완료되면 이 같은 걸림돌은 해소되게 된다.
한 대표는 “양사의 통합은 격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협력업체에게도 이득이 되고 궁극적으로 고객 혜택을 극대화하는 ‘모두를 위한 통합’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가 이처럼 원가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는 것은 쿠팡이나 신선식품 유통에까지 뛰어든 알리익스프레스에 맞서기 위해서는 원가 경쟁력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창사 이래 첫 전사적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도 결국 원가 경쟁력 강화 맥락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트와 슈퍼의 비용은 결국 인건비가 대부분”이라며 “인건비를 줄여야 제품의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통합 소싱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는 점도 이마트의 합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마트와 슈퍼가 공동 구매해 판매하고 있는 견과류·세탁세제 등 40여개의 상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최대 50% 저렴하다. 일부 제품의 경우 매출이 전년 대비 10배 이상으로 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강성현 대표가 롯데마트와 슈퍼 대표를 겸임하며 통합 소싱을 강화한 것과 맥락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합병 대상에 이마트24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공동 구매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마트·슈퍼와 편의점은 잘 팔리는 물건이 다르기 때문에 공동 구매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합병으로 온·오프라인을 따지지 않고 유통채널 간 ‘저가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온라인 쪽에서는 와우 멤버십 월회비 인상으로 실탄을 확보하게 될 쿠팡과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알리가, 오프라인 쪽에서는 공동 구매를 앞서 안정화한 롯데마트와 슈퍼 등이 ‘가격 전쟁’에 참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마트는 소멸법인이 되는 이마트에브리데이의 소액주주에게는 적정 가치로 산정된 합병교부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별도의 신주발행은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