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마무리될 네 번째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두고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소식에 급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에 이어 홍콩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승인되며 반등했지만 7만 달러대를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전문가들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6일 오후 2시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3.87% 내린 6만 2522.06달러를 기록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소식에 6만 1000달러 선까지 떨어졌지만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에 반등했다. 한국 시간으로 이달 20일로 예정된 반감기를 앞두고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악재와 호재가 겹치면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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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이후 상승했지만 이번에는 반감기가 도래하기도 전에 이미 전고점을 경신한 만큼 과거 반감기 수준의 가격 상승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4년마다 찾아오는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말한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애초에 설계된 메커니즘이다.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과거 반감기 때는 매번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뛰었다. 다만 횟수가 거듭되면서 상승 폭은 줄어드는 추세다. 2차 반감기 전후의 비트코인 가격 상승률은 1차 반감기 대비 75.51% 축소됐고 3차 반감기 때는 83.52% 줄었다. 송승재 에이엠매니지먼트 애널리스트는 “과거 패턴을 참고하면 이번 반감기에서는 상승 폭이 3차 반감기의 약 79.52%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을 포함해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의 펀딩비(Funding rate)가 올해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며 반감기 외에 새로운 가격 상승 동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펀딩비는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강하면 양수를, 매도세가 강하면 음수를 나타낸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투심이 약세 쪽으로 기울었다는 의미다. 채굴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이목이 쏠린다. 채산성이 맞지 않으면 사업을 접고 보유한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최고경영자(CEO)는 “반감기 이후에는 채굴 비용이 비트코인 1개당 8만 달러로 증가한다”면서 “채굴사의 수익성이 유지되려면 비트코인 가격이 채굴 비용보다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반감기와 달리 미국에 이어 홍콩에서도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승인된 점은 변수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포트폴리오에 담으려는 미국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올 1월 미국에서 출시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영향으로 반감기 전에 신고가를 갈아치웠고 앞으로도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홍콩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를 제도화하는 작업이 마무리되고 있기 때문에 다음 차례인 현물 ETF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중국 본토 자금이 유입돼 비트코인 강세를 떠받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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