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리브엠)’이 중소 업체들보다 요금을 올린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을 수용해 출혈경쟁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고객들의 요금제는 그대로 유지되며 새로 내놓는 요금제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달 5일 리브엠을 은행법상 부수 업무로 금융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요금제 가격 정책을 망 도매대가 대비 90% 이상으로 책정하겠다고 보고했다.
망 도매대가는 알뜰폰 업체가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를 빌려 쓰고 내는 이용료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요금제가 통상 망 도매대가의 80% 이하이기 때문에 리브엠의 요금이 더 비싸지게 된다. 그동안 리브엠이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과 가격경쟁을 벌여 출혈경쟁을 유도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브엠은 2019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42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하지만 요금제가 워낙 낮다 보니 중소 알뜰폰 업계에서는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혔다. 알뜰폰은 통신 3사의 망을 빌려서 고객을 유치하는 대신 통신 3사에 망 사용대가(원가)를 내야 한다. 리브엠은 알뜰폰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월 2만 2000원 요금제(기본 데이터 LTE 11GB)를 대표 상품으로 내세웠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과도한 할인 요금제”라며 “국민은행이 ‘제 살 깎아 먹기’식 영업에도 버틸 수 있는 자본력을 무기로 업계를 고사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해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 차원에서 가격을 높이기로 했으며 출시 시기는 미정”이라며 “금융과 통신 결합을 통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리브엠이 은행 부수 업무로 정식 지정되면서 은행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날 홈페이지에 알뜰폰 통신사업자 제안 공고를 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알뜰폰 전담 조직을 만들고 알뜰폰 사업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왔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등도 알뜰폰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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