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가 식재료를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인식해 보관된 음식 리스트를 만들고 유통기한을 확인해준다. 오븐에 음식 재료를 넣으면 외부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리 상황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레시피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중간에 전화까지 받을 수 있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디자인 전시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유로쿠치나'에서 삼성전자(005930)가 선보인 인공지능(AI) 빌트인 가전의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유럽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실제 집안처럼 체험존을 구성하고 AI홈과 빅스비를 통해 연결 기기들을 이용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이탈리아의 대표 셰프인 안드레아 버튼이 삼성 비스포크 제품들을 사용해 관람객들에게 생선찜 요리를 선보이는 쿠킹쇼를 열기도 했다.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프리미엄 빌트인 신제품도 전시했다. 이달 유럽에서 출시한 '빌트인 와이드(Wide) BMF(상냉장∙하냉동) 냉장고'는 삼성전자의 빌트인 냉장고 라인업 중 최초의 와이드 모델이다. 와이드 빌트인 시장 수요가 높아지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 모델 대비 91리터 더 커진 398리터 내부 용량을 갖췄다.
3분기 출시를 앞둔 빌트인 식기세척기 신제품은 하단의 걸레받이를 절단하지 않고 주방 가구에 알맞는 '키친핏 슬라이딩 도어'를 탑재했다. 에너지 효율에 민감한 유럽 소비자들을 겨냥해 에너지효율 A·B등급을 획득한 것도 장점이다.
휴대전화가 가전 리모컨 역할을 하는 '퀵 컨트롤' 기능도 선보였다. 스마트폰과 가전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리모컨 기능이 켜진다. 빅스비를 이용해 사용자가 음성 명령을 말하면 다른 기기에 전달하기도 한다. 오는 7월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가 빅스비에 도입되면,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음성 제어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정지은 삼성전자 DA(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삼성전자는 3억 명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AI와 연결성 면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066570)는 △AI 끓음 알림 및 조리기구 추적 기능을 탑재한 프리존 인덕션 △AI 카메라 내장 오븐 등을 공개했다. 초프리미엄 빌트인 제품군에 AI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프리존 인덕션은 AI가 음식의 끓는 정도를 파악하고 예측해 조리물이 끓는 것을 막아주는 '끓음 알림' 기능을 갖췄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오븐 신제품은 오븐 내부 AI 카메라가 재료를 식별해 130개 이상의 다양한 요리법을 추천할 수 있다.
이날 개막한 유로쿠치나에선 국내 업체뿐 아니라 기존 빌트인 가전 강자들의 AI 활용도 엿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부스를 꾸린 독일 보쉬는 아마존 알렉사나 홈 커넥트 앱을 사용해 음성 제어를 할 수 있는 오븐 제품군 시리즈 8을 출시했다. 지멘스는 굽기 전용 센서와 카메라를 내장한 오븐 제품을 공개했다.
중국 하이얼은 유럽 법인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스마트 키친 브랜드 '캔디'를 공개하며 중저가 이미지 벗기에 강수를 띄웠다. 냉장고나 오븐을 전용앱(hOn)과 연동하는 방식의 제품이 대표 전시 품목이다.
유로쿠치나 전시장을 찾은 한 가전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시에선 특히 AI 가전 트렌드 확산이 돋보였다”며 “주방가전 카테고리에서 AI 기능은 새로운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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