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체 경제활동 가구의 소득과 자산이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가구는 고금리 부담에 빚을 서둘러 갚아 보유 부채가 줄어든 반면 저소득 가구는 여유가 없어 부채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은 늘었지만 한 가구의 전체 소비 중 절반 이상이 식비와 교통, 주거비, 공과금 등 필수 생활비로 지출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득 증가 효과를 반감시켰다.
17일 신한은행이 공개한 ‘2024 신한 보통 사람 금융 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전년 대비 4.4%(23만 원) 상승한 544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과 비교하면 최근 2년간 10.3%(51만 원) 증가한 것이다. 소득 구간별로 보면 1구간(하위 20%)은 6.6% 증가한 195만 원, 5구간(상위 20%)은 4.3% 늘어난 1085만 원이었다. 1·5 구간 간 자산 격차는 5.6배로 전년(5.7배) 대비 소폭 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11월 전국 20~64세 경제활동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e메일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소득보다 소비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지난해 월평균 가구 총소비는 276만 원으로 전년보다 5.7% 늘며 소득 증가율(4.4%)을 웃돌았다. 식탁물가가 크게 오른 것이 소비 증가세에 한몫했다. 지난해 월평균 식비는 64만 원으로 2021년 54만 원에서 2년 사이 10만 원이 늘었다. 필수 생활비인 식비, 교통·통신비, 월세·관리비·공과금 지출만 139만 원으로 전체 소비의 절반을 넘어섰다. 생활비 지출은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더 많았다.
소득 하위 가구가 전반적으로 ‘퍽퍽한’ 삶을 살면서 소득 상위 가구와의 부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소득 하위 20%(1구간) 가구 중 부채를 보유한 비율은 1년 전보다 4.4% 높아진 48.4%였다. 나머지 2~5구간의 부채 보유율이 일제히 낮아진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빚이 있는 가구의 평균 부채 잔액 역시 소득 하위 40%에 해당하는 1·2구간에서만 증가했다. 1구간 부채 잔액은 전년보다 11% 증가한 5198만 원, 2구간은 3.1% 증가한 8137만 원이었다. 매달 갚아야 하는 부채 상환액도 저소득 가구에서 두드러졌다. 가구의 월평균 상환액은 93만 원으로 금리 상승 영향으로 전년보다 9.4% 증가했는데 소득이 가장 낮은 1·2구간은 같은 기간 상환액 증가 폭이 각각 45.9%, 30.5%로 두 자릿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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