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서도 175석의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게 된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에 이어 국회 운영위원장 자리까지 꿰차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총선 민의’라는 명분을 앞세워 사실상 주요 상임위 독식에 나선 것이다.
21대 국회 마지막인 5월 임시 국회에서는 전세사기특별법 및 이태원특별법 등 민생 법안 처리에도 당력을 집중하겠다며 여당을 더욱 거세게 압박하는 모습이다. 또 총선 공약인 ‘민생회복지원금’ 집행에도 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 운영위원회는 다수당이 책임지는 게 맞다”고 밝혔다. 통상 국회 운영위원장은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맡는 게 관례지만 이번 4·10 총선 민심을 바탕으로 국회 다수당으로 국회 운영의 책임을 넘길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홍 원내대표는 “미국은 상·하원 모두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간다. 왜냐하면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을 가진 정당이 정권을 독점하지 않느냐”면서 “현재와 같은 상임위 구조라면 법사위원장을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맡는 게 맞고 그게 이번 총선의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장을 가져가는 다수당 견제를 위해 원내 2당에서 맡아오는 게 관례다.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를 맡은 김태년 의원도 홍 원내대표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그간의 관례는 특정 정당이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원활한 국회 운영을 위해 상임위 배분을 했던 것”이라며 “이론상으로 보면 168석이 넘어가는 순간 모든 상임위를 그냥 한 당이 다 가져도 된다”고 했다. 실제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민주당은 여야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자 전반기 상임위원장 17석을 ‘싹쓸이’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2대 첫 원내대표를 다음 달 3일 선출한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으로는 5월 둘째 주에 원내대표 경선을 치르도록 돼 있지만 이를 한 주 앞당겨 원 구성의 주도권 또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친명계에서는 김민석(4선)·김병기·김성환·김영진 의원과 박주민·박찬대 의원(이하 3선) 등 ‘4김(金)·2박(朴)’이 대표 주자로 거론된다. 다만 김영진 의원은 최근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강훈식·진성준·한병도 의원들도 언급되고 있다.
민주당의 압박에 국민의힘은 바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초선 당선인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주요 상임위 독식은) 국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가 서로 협치하고 의회정치를 복원하는 데 있어 폭주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 달여 남짓 남은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표’ 민생 법안 통과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정부·여당을 향한 압박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당기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는 이 같은 기조에 힘을 실어줬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다수에게 필요한 정책은 포퓰리즘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총선 때 약속한 (전 국민 1인당 25만 원씩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을 포함한 민생 회복 긴급 조치를 제안한다”고 정부·여당의 동참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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