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저금리 시대에 발행했던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만기가 올 상반기에만 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자비용이 급증하면서 이익이 크게 줄었던 카드사들은 올해 자금 조달 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전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등 자금 조달 방식을 다각화하면서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여전채는 116건, 5조 645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발행금리가 1~2% 정도 수준이었던 2021년 이전 발행한 여전채는 전체 만기 채권의 59.5%(69건), 3조 7800억 원 규모다.
은행처럼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사들은 대체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동일한 금액의 채권을 차환 발행하면서 필요 자금을 계속 유지한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2021년 이전 발행 여전채 역시 새로운 채권으로 차환발행해야 한다. 문제는 2021년 이전 여전채의 발행 금리에 비해 현재 차환 발행할 경우 적용되는 금리가 2배 가까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2021년 이전 발행 여전채의 평균 금리는 1.88%로 현재 여전채 1년물의 금리(3.8%)보다 2배 이상 높다. 올 상반기 3조 7800억 원 규모의 채권이 전액 차환 발행된다고 가정하면 연 이자만 1440억 원이 훌쩍 넘는다. 지금까지 연간 710억 원만 내면 됐던 이자비용이 차환 발행만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금리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는 올해 조달 비용이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들의 이자비용 합계는 직전 연도보다 40%가량 증가한 3조 8820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지난해 극심한 실적 감소를 겪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리가 내려가고는 있지만 실제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필요하다”며 “당장 차환 발행해야 하는 여전채의 경우 1년 정도의 단기 채권으로 발행하면서 본격적인 금리 인하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 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카드사들도 조달 방식을 다각화하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지난해 자금 조달 실적을 분석한 결과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금액은 전체의 56.6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60.08%)에 비해 3%포인트가량 축소된 수준이며 2년 전인 2021년(66.7%)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줄어든 것이다.
다만 조달 방식의 다각화로도 이자비용 증가를 방어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ABS 역시 금리 매력이 많이 줄었고 외화 채권 발행은 정부 규제가 걸림돌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외화 채권 발행 한도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있는 데다 카드사들이 현재 해당 한도를 거의 다 채워 외화 조달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금리가 본격적으로 내리기까지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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