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재무장관들이 17일(현지시간) 만나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RISE)을 통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 등을 견제하기도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 D.C. 미 재무부에서 처음으로 3개국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8월 한미일 정상들이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데 따라 이뤄졌다.
3국 재무장관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 질서 있고 잘 작동하는 금융시장을 촉진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기존 주요 20개국(G20)의 약속에 따라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 대비 원·엔화의 가치 하락이 지속된 데 대한 우려를 공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부총리와 스즈키 재무장관은 3국 재무장관회의에 앞서 16일 이뤄진 한일 재무장관 면담에서도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초래할 수 있는 금융 측면의 불안에 대해서도 3국이 협력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3국 재무장관은 또 “우리는 공급망 취약성과 핵심 부문의 경제적 강압, 과잉생산 등 다른 국가의 비시장 경제 관행이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공급망 탄력성 강화를 위한 자금 조달에 대한 정상들의 합의를 재확인했다”고도 밝혔다.
이번 공동선언문에서 중국은 한 번도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옐런 장관과 미국 정부 등은 지속해서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최 부총리 역시 모두발언에서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지정학적 긴장과 충돌이 갈수록 복잡화, 일상화되며 세계 경제에 지속적인 충격을 주는 것을 목도해왔다”며 “그간 다자무역은 효율성이 최우선시됐으나 팬데믹과 지경학적 분절화 등 공급망 교란을 겪으며 경제 안보가 또 다른 정책 목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급망 교란 등에 대해서는 3국 간 긴밀한 대와와 연대를 통해 전략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3국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과 북한의 무기 개발에 함께 대응해 각자의 독자적 제재 수단을 활용하고 조정할 것을 확인한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반하는 러북 상호간 무기 수출 및 수입을 강력히 비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도 전했다.
한미일 협력에 대해서는 “글로벌 위기에 보다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다자개발은행을 발전시키고 국제금융기구 강화를 위해 지속 협력할 것”이라며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국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이들의 거시경제 및 금융 회복력과 금융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결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목표는 한미일 3국 간 협력의 중요성과 전례 없는 우호 관계를 보여준다”며 “실무급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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