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발의한 이른바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가격 안정법을 18일 야당이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에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농해수위 위원 총 19명 중 직회부에 반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불참했으나 민주당 소속 11명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 12명이 출석해 전원 찬성표를 던지면서 이 건은 통과됐다.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지 60일이 넘으면 소관 상임위원회는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받아 본회의에 부의를 요청할 수 있다. 두 법은 지난 2월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 표결로 통과돼 법사위로 회부된 바 있다.
농정 당국은 즉시 유감을 표하고 나섰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가격이 기준 가격에서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경우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 관리 양곡을 판매하도록 해 쌀 농가의 소득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이번 개정안에는 남는 쌀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매수하게 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이 경우 농업인이 쌀 생산을 유지할 강력한 동기가 부여돼 쌀 공급 과잉 구조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이 사용돼 청년 농업인, 스마트 농업 육성 등과 같은 미래 농업 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밀, 콩 등의 생산 확대를 위한 작물 전환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의 쌀 의무 매입 등 시장 격리가 의무화될 경우 2030년까지 연평균 43만 톤의 쌀이 초과생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근 10년간 1인당 쌀 소비량은 연평균 1.7%씩 감소하고 있다. 이에 농경연은 공급 과잉 구조가 심화돼 2030년에는 1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재정이 소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식품부는 “재정 낭비를 유발하는 사후 시장 격리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략작물직불제 등을 통한 사전적인 벼 재배 면적 감축을 추진 중”이라며 양곡관리법 개정 없이 쌀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설명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채소·과일 등 주요 농산물 가격까지 정부가 의무적으로 보전하는 농안법에 대해서도 “농정 방향을 생산을 왜곡하는 가격지시 중심에서 농가 소득 안정 중심으로 개편하는 세계적 추세에 전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농식품부 측은 “보장수준이 높은 품목으로 생산 쏠림이 발생해 과잉 생산이 우려된다”며 “이로 인해 정부 재정이 과도하게 소요되는 등 악순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격안정제에 투입되는 자금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감축 대상 보조금으로 한도 초과 시 온전한 지급이 어렵거나 국제 규범 위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두 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2027년까지 농업직불제 규모를 5조 원으로 확대하려고 했던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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