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10년 넘게 재무제표에서 활용해온 ‘영업손익’ 개념이 2027년부터 바뀌게 되면서 한국회계기준원이 규제 개선을 위한 실태 조사에 나섰다. 3개년 재무제표를 공시해야 하는 국내 상장기업들은 당장 내년부터 새 기준인 ‘국제회계기준(IFRS) 18’에 맞는 영업손익을 산출해야 하는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회계기준원은 26일까지 상장기업과 주요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현행 K-IFRS상 ‘영업손익’을 기준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내 법률·규정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 K-IFRS상 영업이익 개념을 주요 성과 지표로 쓰거나 당국 보고서 또는 공시 등에 활용 중인 모든 사례는 취합하는 것이다.
회계기준원이 실태 조사에 나선 것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이달 9일 발표한 ‘IFRS 18’에서 현행 기준에는 없는 ‘영업손익’을 새로 정의하고 표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2010년대 초반 전면 도입된 K-IFRS상 ‘영업손익’ 개념을 오랫동안 성과 측정 지표로 활용하면서 투자자들이 익숙해진 상태라는 점이다. IFRS 18이 국내 전면 도입되면 그동안 영업외손익으로 분류했던 유·무형 자산 처분 손익, 관계 기업 및 공동기업 투자 손익 등이 영업손익 항목으로 분류된다. 설비투자나 외환손익·기부금까지도 영업이익에 포함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혼선 가능성과 실무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먼저 자산 처분 손익 등이 영업이익으로 포함될 경우 실적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소송 등 비경상적인 사안으로 영업이익에 변동이 생기면 투자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 공시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을 경우 당국의 감리 가능성도 있다. 수주 산업에 해당하는 제조 업체는 선수금 처리 문제, 지주사는 지분법 이익을 제외할 경우 매출 감소 문제 등 각 기업 특성에 따른 세부적인 회계 처리 방안도 골칫거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IFRS 18 논의가 처음 나왔을 때는 회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계기준원이 분류 기준에 대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15일 안드레아스 바코브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장을 만나 IFRS 18을 원칙적으로 전면 도입하되 영업손익을 이미 표시하는 현 상황과의 정합성도 고려할 것임을 전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