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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특별법, 21대 국회 결자해지해야"

野서도 관련법 발의·대부분 합의

탈원전 연계 주장하며 논의 멈춰

방폐장 제때 못 지으면 단전 우려

지난해 1월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고준위방폐물특별법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이 고준위 방사능폐기물 처리장 건립에 공감하면서도 현 정부의 원전 정책을 꼬투리 삼아 법 통과를 지연시키고 있다. 야당이 계속 딴죽을 건다면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어려워 원전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원전 업계와 전문가들은 임기가 한 달여 남은 21대 국회에서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분·관리에 관한 내용이 담긴 고준위방폐물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다음 달 2일과 28일에 본회의를 열고 민생 법안들을 심사한 뒤 5월 29일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고준위방폐물특별법은 해묵은 과제이다. 여야 모두 공감대를 갖고 있으며 특별한 정치적 쟁점이 없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2021년 9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논의를 주도했다. 여당은 이듬해 8월 김영식·이인선 의원이 유사한 법안을 추가 발의하며 힘을 보탰다. 이후 2022년 11월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처음 상정됐고 2023년 1월 공청회를 시작으로 10여 차례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논의는 결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여야는 저장 용량 등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합의에 이르렀다. 하지만 야당이 민생 법안인 고준위방폐물특별법 통과를 탈원전 기조와 연계해 추진력을 급격히 상실하게 됐다. 탈원전이 반영돼야 고준위 방폐장 건립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준위 방폐장 건립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21대 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될 경우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준위 방폐장은 부지 선정부터 건설까지 최장 37년이 걸린다. 내년부터 부지 선정에 들어가더라도 2062년 이후에야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주요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 방폐장이 없어 원전 내 임시 저장조에 쌓아두고 있다.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2037년 월성원전, 2042년 신월성원전 순으로 임시 저장조가 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한 사용후핵연료를 제때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면 이들 원전은 ‘올스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고준위방폐장 건립은 과도하게 표류하는 상황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따르면 원전 상위 10개국 중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에 착수조차 못 한 나라는 한국과 인도 등 2개국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국회가 ‘폭탄 돌리기’를 계속한다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 국민들은 전기가 끊길 것을 걱정해야 한다”며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던 전철을 밟지 말고 5월 회기 내에 국가적 난제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역시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가동 때부터 46년간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결론을 미루고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원전의 혜택을 누린 현세대가 현재 유일한 대안인 고준위 방폐장을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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