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인공지능(AI)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AI인덱스 2024 지표가 한국 기업들의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후폭풍이 이어지자 정부가 중재에 나섰다. 이 지표를 작성한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연구소(HAI)는 AI 기술의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과제 등에 대한 연구에서 주목 받는 세계적인 연구소다. 지표 작성을 총괄한 편집자도 당국과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황에서 추후 한국 기업의 성과가 반영될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만간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을 통해 HAI 관계자를 만난다.
HAI는 매년 보고서를 내고 때에 따라 각국 영사를 통해 지표의 으미와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해왔다. 올해는 과기정통부에서 파견한 영사가 직접 참여해 국내 AI 업계의 연구 성과를 설명하고 이들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가 직접 손을 걷은 것은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국내 AI 기업들의 지난해 성과가 제대로 들어가 있지 않아 국내 연구·산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지점은 지난해 국가별 AI 파운데이션모델의 개발 동향이다. 보고서는 이 기간 국내에서 개발된 파운데이션모델이 하나도 없다고 발표했다. 파운데이션모델은 다량의 사전 데이터로 학습돼 다른 파생 모델의 근간이 된다. ★본지 4월 17일자 2면 참조
국내 업계는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여러 모델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우스), LG(엑사원2.0), 네이버(하이퍼클로바X) 등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이고 국내 대규모언어모델(LLM) 기술에서 대기업보다 발 빠른 행보를 보여온 업스테이지(솔라), 코난테크놀로지(코난LLM) 등 AI 스타트업들도 성과를 냈다. 국내 성과에 대한 푸대접은 조사 자체의 불신으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국가별로 모델 개발 현황을 조사한 대목은 HAI가 직접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 특정 논문 내용을 차용했고 AI 산업 관련 고용, 인력 유·출입 등에 대한 부분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작성돼 신뢰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AI 연구의 균형추가 영미권에 쏠려 있다 보니 타국 연구 동향에 대해서는 비교적 낮은 이해를 보이는 대목도 발견된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개발된 국가별 파운데이션모델 수를 지도로 나타낸 자료에 한국이 아닌 북한이 개발 국가로 표시돼 있는 게 대표적이다. 국내 첫 파운데이션모델인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는 2021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만들어져 국제적 인지도가 높지만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은 셈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 늦게라도 국내 성과를 반영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연구 역량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정우 네이버 퓨처AI센터장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연구력을 더 끌어올려 국제 인지도를 높이고 미국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AI인덱스 작성을 총괄하는 네스터 매슬레이 수석편집자는 서울경제신문을 통해 “우리 보고서 데이터는 일정 부분 미국 중심적이지만 AI 생태계는 글로벌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당국과 협력해 한국의 AI 생태계를 더 정확히 추적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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