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창업 시작부터 본사를 해외에 두거나 국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려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진출이 창업 생태계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창업가와 투자자 모두 ‘본 투 글로벌(born to global)’을 지향하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해외 벤처캐피털(VC) 투자 유치에 유리한 것은 물론 블록체인,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산업 분야에서 각종 규제 리스크 해소와 고급 인력 유치라는 장점으로 인해 국외 창업 스타트업 수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벤처 투자 정보 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타트업은 148개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20개에 비하면 20%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KOTRA가 29개국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설립 직후부터 해외에 본사를 마련한 곳은 약 130개로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이 법인을 해외로 이전하는 플립(Flip)도 늘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해외 벤처캐피털일수록 현지에 본사를 둔 곳에 투자하기를 선호한다”며 “이로 인해 국내 스타트업의 플립 수요는 통계상 드러난 것보다 강하다”고 전했다.
해외 본사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미국이 첫손에 꼽혔다. 최근 3년 동안 해외에 본사를 두고 창업했거나 국내 본사를 해외로 옮긴 사례는 총 28건이었으며 이 중 미국이 17건에 달했다. 싱가포르가 9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해외 본사 설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자유로운 사업 환경, 해외 벤처캐피털 및 협력사와의 네트워킹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쿠팡과 센드버드 등 미국 현지에서 성공한 사례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면서 창업자들의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도전 의지도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한국에 본사를 둔 대기업들도 실리콘밸리 등 ‘요충지’ 지사 규모를 늘리고 있다. 삼성·SK·현대차·LG그룹 등은 실리콘밸리 연구개발(R&D) 및 투자 조직을 확장하는 동시에 현지 채용 네트워크망 확보에 열심이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을 찾아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고급 인재 영입전에 나서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실리콘밸리를 방문했고 다음 달에는 조주완 LG전자 대표가 미국 리크루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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