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레드 와인에 하나의 포도 품종 ‘템프라니요’만 사용합니다. 전통을 지키고 스페인 와인 본연의 뿌리를 따라가기 위해서죠.”
최근 한국을 찾은 스페인 와이너리 FFR그룹의 올가 페르난데스 CEO는 21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FFR그룹의 양조 방식은 독특하다. 포도밭이 자리잡은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의 다른 와이너리들과 달리 블렌딩을 일절 하지 않는다. 템프라니요에 다른 품종을 섞지 않는 방식을 처음 시도한 사람이 그의 아버지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다. 알레한드로가 1972년 ‘뻬스께라’라는 작은 마을에 밭을 일구며 역사가 시작됐으니 이런 고집은 50년 넘게 지켜진 셈이다.
작열하는 스페인의 태양 아래서 자라나는 템프라니요는 ‘빨리 재배되고, 숙성이 잘 되는’ 포도로 통한다. 오크통에서의 담금질을 거치면 어릴 때와는 맛과 향이 크게 달라진다. 국제적으로 재배되는 프랑스 품종 ‘까베르네 소비뇽’과 비교하면 가벼우면서도 거친 특성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올가 CEO는 “본래 과실향이 풍부하게 올라오지만, 숙성되면 바디감이 부드러워지고 쌉싸름한 탄닌감이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FFR그룹의 고집은 모든 와인을 정제나 여과 없이 병입해내는 특유의 생산 방식에도 담겼다. 필터링을 거치지 않아야 오히려 ‘깨끗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역설적 발상에서다. 이처럼 포도 찌꺼기를 인위적으로 걸러내지 않는 ‘내추럴 와인’이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여과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화학적 성분이 가미되는데 그런 변화가 생기는 게 싫었다”면서 “한 장의 천 필터라 하더라도 원물의 맛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이어 “와인 시장 전반에서 이런 경각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저가 이미지가 강한 다른 스페인 생산자들과 달리 오직 품질에 매달린 이 와이너리의 선택은 점차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수입사인 신세계L&B에 따르면 중고가인 엘 빈꿀로 라인의 ‘크리안자’와 ‘레세르바’ 판매량이 전년 대비 지난해 각각 200%, 130% 가량 올랐다.
FFR 그룹은 현재 4개의 포도원을 운영하며 70개국에 뻗었다. 한국으로 치면 ‘읍’ 정도에 불과했던 뻬스께라는 스페인을 넘어 세계적으로 알려진 지역명이 됐다. 가장 먼저 설립된 양조장 이름이자 대표 제품인 ‘띤또 뻬스께라’는 평론가들로부터 스페인을 상징하는 와인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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