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회장단에 두산에너빌리티와 HD현대중공업·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합류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무협은 5월 3일 이사회를 통해 구성될 신임 회장단에 대기업 참여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포스코인터내셔널·HD현대중공업·두산에너빌리티 등의 기업이 참여를 사실상 확정했다. 무협은 이 외에도 전자·조선·원전·종합상사·물류 분야에서 대표 기업들의 참여를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무협 관계자는 “한국경제인협회에 각 기업 총수가 참여하는 것과 달리 무협 회장단 회의에는 각 회사 전문경영인들이 자리해 무역 관련 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 중견기업들의 의사 전달 통로 역할을 해왔던 무협이 대기업과 접점을 넓혀가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수출·무역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대기업 참여를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22년 기준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6%에 이르며 50대 기업은 59.4%로 60%에 육박한다.
전쟁과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통상 변수가 복잡해지는 대외 여건도 대기업들의 무역 대관 수요를 높이고 있다. 올해는 세계 약 50개 국가에서 연쇄적으로 대통령 선거나 총선이 치러지면서 세계 권력 지형도가 새로 짜일 예정이다. 주요 통상국인 미국의 대선도 11월 예정돼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국내 기업들 역시 다양한 통로를 통해 올해 미 대선 이후 새로 짜일 통상 지형 등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무협은 이에 따라 미국 등지에 파견돼 있는 대기업 관련 조직들이 현지 정부나 유관 부서와의 접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대기업과 짝을 이뤄 나가야 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의 대관 창구 조성에도 힘을 실을 예정이다. 미주·구중동아프리카·아주 권역에 해외 지역 본부를 신설하고 각 지역 본부는 관할 지역 소재 유관 기관들과 경제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할 예정이다.
무협 관계자는 “예상치 못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을 당시 국내 대표 대기업들도 대관 루트가 없어 무협에 보고서나 정보를 요청하는 등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미국 의원들과 만나는 절차 또한 복잡해 기업 관계자들이 이들을 직접 보는 게 쉽지 않은 만큼 협회 차원에서 소통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