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모태펀드 '큰손' 유인효과 떨어져…ESG 등 '모험투자' 늘려야"

국회 '모태펀드의 적정 규모 연구’ 보고서

민간출자 비중 2.6배→1.0배

투자유입 순기능 갈수록 약화

벤처 투자도 후기기업에 집중

"비수도권 등 출자확대" 제안도





모태펀드의 민간투자 촉진 효과가 최근 10년 사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태펀드가 도입 초기에는 금융기관·법인·벤처캐피털(VC) 등 민간 영역의 ‘큰손’이 유입되는 데 기여했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순기능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태펀드가 지금처럼 산업 전 분야에서 마중물 역할을 맡기보다는 초기 기업이나 해외 및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과 같은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외주로 맡긴 정책 연구용역 보고서 ‘모태펀드의 적정 규모 운영에 관한 연구 민간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모태펀드의 민간투자 촉진 효과가 이처럼 감소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태펀드는 각 정부 부처로부터 자금을 출자받아 펀드를 만든 뒤 VC가 운용하는 펀드에 출자하는 재간접 펀드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책펀드의 대표적인 형태로 국내 벤처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국내 모태펀드 출자 금액은 16조 5000억 원으로 이에 매칭된 민간 영역의 출자금은 21조 9000억 원이었다. 약 1.7배의 민간자금 유입 효과를 낳은 셈이다. 다만 시기별로 효과는 판이했다.

구체적으로 모태펀드 규모가 1% 증가했을 때 2014년 이전에는 민간투자가 0.852% 증가했지만 2014년 이후에는 0.28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모태펀드의 민간투자 유발 효과가 이전 기간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전체 기간을 기준으로 민간투자의 평균 증가율은 0.566%로 집계됐다.

이러한 흐름은 금융기관·법인·VC 등 민간의 주요 영역에서 일관되게 관찰됐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대표는 “2014년 이전에는 모태펀드 출자액 증가율이 일반 법인의 투자 증가를 유발했지만 2014년 이후에는 유의한 수준의 투자 증가를 가져오지 못했다”면서 “VC 역시 2014년 이전에는 모태펀드 출자액 증가와 함께 선순환 효과를 창출했지만 2014년 이후에는 유의한 수준의 투자 증가를 가져오지 않거나 가져왔다 하더라도 효과성이 현저히 약화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연기금·공제회 출자금의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에서는 전 기간에 걸쳐 양(+)의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모태펀드 대비 민간 출자 비중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2004~2006년만 해도 해당 지표는 2.6배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1.7배 안팎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는 1.0배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동안 모태펀드는 비모태펀드에 비해 민간투자 유도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모습 또한 보였다. 대표적으로 금융 공기업 등 기타 정책기관의 출자금 증가는 금융기관의 출자금 증가를 유도한 것으로 추정됐다. 2014년 이전에는 비모태펀드 출자금 1% 증가 시 금융기관 출자금은 0.237% 증가했으며 2014년 이후에도 0.224%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효과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으로 확인됐다.

또 신규 벤처 투자가 최근 들어 초기보다는 후기 투자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업력별 신규 벤처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9년 초기 투자 비중은 32.5%를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24.6%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후기 투자 비중은 26.2%에서 37.8%로 증가했다. 정책자금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초기 기업을 갈수록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모태펀드가 설립 목적에 부합할 수 있도록 민간자금이 마중물 역할에서 시장에서 사각지대로 여겨지는 분야에 출자를 집중하는 식으로 역할을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령 정책적인 실패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수도권 등 낙후 지역이나 해외 및 ESG 분야에 자금 투입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실제 미국은 중소기업처(SBA)에 설치된 특수목적펀드(SBIC)를 통해 설립 초기에는 대규모 자금을 벤처 시장에 투자하는 마중물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기능이 민간의 모펀드로 이전된 상황이다.

배 대표는 “모태펀드와 벤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도 각종 제도 개선을 하고는 있지만 벤처 투자 시장과 관련된 더욱 과감한 규제 완화가 동반돼야 한다”면서 “최근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안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민간자금을 벤처 시장에 더욱 유입시키고 민간 모펀드 역할도 수행이 가능한 만큼 BDC 등과 같은 제도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자세를 정부와 국회가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