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채소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한국의 과일·채소 가격 상승률이 주요 국가 중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가격 상승의 원인을 놓고 정부와 외국계 정권사의 엇갈린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잦은 비로 인해 일조량이 줄어 작황이 좋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외국계 증권사는 유류비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꼽은 것이다.
지난 22일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G7(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과 전체 유로 지역, 대만과 한국의 올해 1~3월 월평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3.0%로 영국(3.5%)·미국(3.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과일과 채소 가격으로 따져봤을 때는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한국의 과일류 상승률은 36.9%로, 2위인 대만(14.7%)과 견줘도 2.5배에 달했다. 채소류 상승률도 이탈리아(9.3%)와 영국(7.3%)을 제치고 1위였다. 신선 과일·채소류가 단일 품목으로 발표된 미국의 상승률은 1.3%에 그쳤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과일·채소 가격의 급등 원인으로 이상기후, 고령화에 따른 재배 면적을 비롯해 연료비 상승 등을 꼽았다.
특히 노무라증권은 그동안 주로 지적됐던 일조량 등이 아닌 에너지 비용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짚었다. 노무라증권이 에너지 관련 항목(전기·가스요금, 연료비 등)을 가중 평균해 산출한 에너지류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한국은 1~3월 월평균 1.1%로 프랑스(2.7%)에 이어 2위였다. 특히 2월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된 3월(2.9%) 상승률은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은 석유 등의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큰 탓에 중동 사태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작년 5월 전기 요금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농가 현장에서는 급등한 연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다. 가스, 전기 요금이 오르는데 정부의 지원금 등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농사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출하되는 농산물이 적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50년 농사를 지으시던 분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있다”며 “일조량 등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하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유류비 폭등”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요즘 다들 하우스 재배를 하기 때문에 일조량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보다 근본적인 것은 정부의 에너지 지원이 부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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