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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NASA' 수장에 로켓 전문가…발사체 기술자립 속도낸다

■초대 우주항공청장에 윤영빈 교수

나로호 포함 R&D 경력만 40여년

재사용 발사체 개발 구체화할 듯

임무본부장엔 NASA 출신 존 리

차장에는 노경원 과기부 실장 내정

인력 300명 안팎…내달 27일 개청

초대 우주항공청장에 내정된 윤영빈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 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판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을 표방하며 신설되는 우주항공청의 초대 청장으로 우주발사체(로켓) 전문가인 윤영빈(62·사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내정했다. 정부는 다음 달 27일 우주항공청 개청을 계기로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 우주개발)’ 시대에 가장 시급한 발사체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사 브리핑을 열고 초대 우주항공청장(차관급)으로 윤 교수를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통상 부처 차관급 인사는 대통령실에서 발표하지 않지만 정부 역점 사업인 우주항공청의 개청 의미와 위상을 고려해 대통령실에서 인선을 직접 브리핑했다.

성 실장은 “윤 청장 내정자는 1996년부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로켓추진연구실을 이끌고 있다”며 “액체로켓, 가스터빈 엔진 등의 연구를 40여 년간 수행해오며 나로호 개발, 한국형 발사체 개발, 달 탐사, 1단계 사업 등에 참여해 성공적 추진에 기여해온 우주추진체 분야의 대표 연구자이며 온화하고 인자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우주항공청의 성공적인 출범과 안착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소개했다. 우주항공청장은 우주항공 분야의 국가 연구개발(R&D)과 산업 육성 정책 관련 실무를 총괄하는 차관급 직위다.

윤 내정자는 “한국은 누리호 발사, 다누리 개발 등으로 우주 수송·탐사 분야에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기술을 바탕으로 우주개발을 효율적으로 이끌어내 국민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고 미래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우주항공청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지낸 김승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는 “윤 내정자는 발사체를 전공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우주항공청장을 맡을 적임자”라며 “성격도 젠틀하고 남과 얼굴 붉히고 화내는 일이 없어서 조직을 통솔하기에도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윤 내정자는 1985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4년 미국 미시간대 항공우주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UC데이비스) 연구원을 거쳐 1996년 모교인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국산 발사체 나로호와 누리호의 전신인 국내 최초 액체추진로켓 ‘KSR-III’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부터 서울대 액체추진로켓 연구소인 ‘차세대우주추진연구센터’의 센터장을 겸임 중이다. 이 분야 학회인 ‘액체미립화분무학회(ILASS)아시아’ 의장을 맡는 등 국제 협력 활동도 활발히 해왔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인선을 진행하며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주요 직위에 내정한 만큼 우주항공청이 성공적으로 출범해 우리나라 우주항공 산업을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성 실장은 전했다. 실제 발사체 업계에서도 “발사체 전문가를 중심으로 우주항공 정책 거버넌스가 갖춰진 만큼 R&D와 산업 육성 지원이 확대되지 않을까 기대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우주항공청이 재사용 발사체 개발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발사체 자립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윤 내정자의 판단이 적극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우주항공청 업무 추진 방향의 하나로 재사용 발사체 개발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며 “내정자들과 상의해 방향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번 쏘아 올린 발사체를 회수해 다시 쓰는 재사용 발사체는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아직 전 세계에서 미국 스페이스X만 제대로 확보한 고난도 기술이다.

초대 우주항공청장에 내정된 윤영빈(왼쪽부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와 우주항공청 1급 우주항공임무본부장에 내정된 존 리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고위 임원, 우주항공청 차장에 내정된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 브리핑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 내정자과 보조를 맞출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과 차장(1급)에는 각각 존 리 전 나사 고위 임원과 노경원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이 내정됐다. 존 리 임무본부장 내정자는 백악관과 나사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2021년까지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수석어드바이저로 근무하며 미국 우주프로젝트 운영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임무본부장 연봉은 대통령에 맞먹는 2억 5000만 원 수준이다. 노 차장 내정자는 1994년 행정고시 38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기획국장, 과기정통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지원단장 등을 지냈다.

우주항공청은 국가 우주개발 컨트롤타워로 다음 달 27일 경남 사천시에서 공식 출범한다. 우주정책을 연구하고 수립하는 정책 기능을 비롯해 R&D를 기획하고 여러 연구기관을 통해 수행하는 기술 분야, 기술을 사업화하고 기업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부문, 국제 협력 사업을 발굴·추진하는 국제 협력 부문 등 임무별 조직을 갖춘다. 기존 과기정통부 출연 연구기관인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을 산하 조직으로 편입해 R&D도 직접 수행한다.

우주항공청의 인력 규모는 과기정통부 등 관계 부처 공무원과 외부 영입을 통한 임기제공무원을 합쳐 300명 안팎이 될 예정이다. 현재 과기정통부가 임기제공무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정원 20% 내 영입 제한을 없애고 외국인과 복수국적자도 데려올 수 있게 하며 영입한 인재에게는 공무원 보수 상한을 넘어서는 보상과 기술료를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할 방침이다. 최근 진행 중인 5급과 7급 연구원 채용에 지원자가 몰려 1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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