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시니어’들이 시중은행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시니어 특화 점포를 확대하는 한편 유산 정리 등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이들을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서 거래하는 50대 이상 시니어 고객의 평균 비중은 전체 고객의 44.4%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 고객 10명 중 4명이 시니어 고객인 셈이다. 연령대별 비중은 50대 19.3%, 60대 15.0%, 70대 이상 10.2% 등이다. 은행권에서는 내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니어 금융시장은 앞으로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을 잡기 위해 시중은행들은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시니어 특화 점포다. 최근 시중은행이 오프라인 영업점을 축소하는 가운데서도 영업점 거래를 선호하는 고령 세대가 소외되지 않도록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예컨대 KB국민은행의 ‘KB 시니어 라운지’, 신한은행의 ‘찾아가는 시니어 점포’는 고령 인구가 많이 찾는 노인복지관 등과 협력해 대형 밴을 활용한 이동점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하나은행 등도 큰 글씨 서비스와 안내 직원을 배치한 특화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다.
시니어 디지털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노년층 복합 디지털·정보기술(IT) 교육 공간인 ‘WOORI 어르신 IT 행복배움터’ 5개소를 확대 개소했다. 모바일 금융 거래는 물론이고 음식 주문 등 일상적인 키오스크 조작, 디지털 헬스케어까지 체험해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상속 관련 서비스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이달 하나은행은 노후 자산관리부터 유언장 보관, 상속 집행까지 원스톱으로 대행해주는 ‘유산 정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존 재산을 수탁해 사후 피상속인의 의지대로 재산을 분배하는 유언대용신탁 사업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상속재산이 복잡하거나 해외 거주 등의 사유로 상속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울 때 유용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미래 세대인 상속인까지 고객으로 확보하고 자산관리 등을 통해 거래 고객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신한은행도 최근 유언대용신탁 신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등 현재 운영 중인 ‘S 라이프케어(Life Care) 유언대용신탁’ 서비스 활성화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퇴직연금 운용 등 노년층의 노후 자금 마련을 돕는 종합자산관리 사업도 확대되는 추세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은퇴 자산관리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골든라이프센터’와 ‘연금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가치 상승 등으로 시니어 세대와 젊은 세대의 보유 자산과 경제력의 차이가 상당한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시니어 사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노후 자금 마련에 대한 요구가 큰 노년층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부터 자산 승계까지 전문 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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