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로 각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한 대가 무대 중앙에 세워진 45도 경사로에 올라섰다. 한눈에 봐도 아찔한 급격한 기울기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내려오다 후진으로 다시 오르자 빼곡하게 채워진 객석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벤츠의 ‘오프로더 아이콘’으로 꼽히는 G클래스의 전기차 모델이 그 주인공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4일 중국 베이징 내 예술단지인 ‘아트 디스트릭트 787’에서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열고 ‘디 올 뉴 메르세데스벤츠 G580 위드 EQ테크놀로지(G580)’를 공개했다. 이 차량은 G바겐으로 잘 알려진 G클래스 첫 전기차로 이날 세계 최초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 G클래스의 각진 실루엣과 원형 헤드라이트 등 상징적인 외관 디자인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전동화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마르쿠스 쉐퍼 벤츠그룹 이사회 멤버 및 최고기술책임자(CTO)는 “G클래스는 4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최신 주행 기술을 적용해왔다”며 “익숙한 각진 외형 디자인은 유지하며 모두가 선호하는 G클래스만의 특징을 충실히 구현했다”고 말했다.
4개 바퀴에 개별적으로 전기모터를 탑재한 점은 가장 주목할 만하다. 4개의 전기모터로 기존 오프로드차와 차별화한 최고의 주행 성능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총 432㎾(각 108㎾)의 출력,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 4.7초와 같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벤츠 양산차 중 처음으로 개별구동 방식을 적용해 정교하고 안정적인 주행까지 끌어냈다.
대표적인 예로 기존 내연기관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G턴 기능’이 새로 추가됐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4개 전기모터를 활용해 차량이 제자리에서 최대 2바퀴(720도)를 회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주행 조건이 좋지 못한 오프로드를 빠져나갈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각 구동바퀴의 토크를 제어해 좁은 커브나 공간에서 회전량을 줄여주는 ‘G 스티어링 기능’도 돋보였다.
오프로드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한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오프로드 크롤 기능’은 운전자가 험난한 지형에 대처할 때 속도를 신경 쓰지 않고 운전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속 2~8㎞의 속도 중 운전자가 선택한 속도를 유지해 최적의 추진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오프로드(트레일·암벽 모드)와 온로드(컴포트·스포츠·인디비주얼 모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주행 모드를 작동할 수 있다.
G 580은 116㎾h 용량의 고전압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유럽(WLTP) 기준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는 473㎞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려면 약 32분이 소요된다. 차량 하부는 강철보다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강한 강도를 갖춘 탄소 혼합 소재로 만들어 배터리 손상을 최소화하고 전비 효율을 높였다.
G 580의 국내 출시는 올해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2019년 374대이던 G클래스 국내 판매량은 2021년 2013대로 크게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169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내연기관에 더해 전기차로 모델 라인업이 확장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