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인 HD현대마린솔루션의 공모가가 희망 가격 범위(7만 3300~8만 3400원)의 상단인 8만 3400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대의 주문이 훨씬 많았음에도 공모가를 시장 친화적으로 결정해 일반청약 흥행을 노리겠다는 회사 측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4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공모주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8만 3400원에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공모액도 7423억 원(890만 주)으로 결정됐으며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 70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IPO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정박·수리·개조 등 선박 생애 주기 전반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박 전문 AS 업체인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1조 4305억 원, 영업이익 2015억 원을 올렸다. 사업 영역이 확대되고 매출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11월 사명 변경과 함께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기관투자가 2021곳이 참여해 20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8만 3400원보다 더 높은 금액에 주문이 들어온 비율은 참여 건수 기준 90.25%, 신청 수량 기준 81.42%였다. 운용 자산이 비교적 소규모인 기관투자가들이 물량을 한 주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 주문가를 높게 썼다는 의미다.
의무보유 확약 물량은 전체의 약 45.8%였다. 3개월 확약 물량이 약 26%로 가장 많았다. 수요예측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실제 배정 후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의무보유 확약이란 기관투자가가 공모주 배정 이후 일정 기간(15일~6개월) 동안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기로 약속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발행사와 상장 주관사는 상장 후 주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의무보유 기간을 길게 제시하는 기관투자가에 더 많은 공모 물량을 배정한다.
올 들어 수요예측을 진행한 일반 기업 20곳 중 공모가가 밴드 상단을 초과하지 않은 것은 HD현대마린솔루션이 처음이다. 이는 대기업 계열사 IPO에서 밴드 상단을 초과한 전례가 없는 점 등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HD현대 그룹으로서는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삼호 등 IPO 추진 가능성이 있는 계열사 비상장사들이 남아 있는 점도 시장 친화적이라는 평판을 유지해야 하는 중요 이유로 꼽힌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5~26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은 뒤 다음 달 9일 코스피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대표 주관사인 KB증권, 공동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 인수사로 합류한 대신증권·삼성증권을 통해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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