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가 한국에 “제약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다만 경제 전망에 대한 하방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재정 정책을 활용해 재정건전성 경로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공급망 회복력 강화, 공적 연금 개혁 등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AMRO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AMRO는 아세안+3 국가들의 경제 동향 분석을 위해 2011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AMRO 미션단이 한국을 방문해 정부 부처 및 관계 기관과 실시한 연례 협의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AMRO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각각 2.3%, 2.5%로 전망했다. 이달 초와 지난해 4월 초 AMRO가 각각 발표한 2024년, 2023년 지역경제전망(AERO) 보고서에서 전망했던 수준이 유지됐다. 재정 적자는 2025년에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감소하고 2027년에는 점차적으로 GDP의 2% 중반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AMRO는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예상치를 상회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가 유지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프로젝트 금융 시장의 재정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더 광범위한 금융 시스템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기적으로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제조업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투자 심리가 약화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정부 부채 급증에 따른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인구 구조 악화가 위험 요인”이라고 중·장기적 취약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AMRO는 “한국은행은 목표 수준 달성을 위한 물가상승률 둔화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날 때까지 제약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한은과 다른 금융 감독 당국 간의 정보 및 데이터 공유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AMRO는 이어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 지원 조치는 한시적이고 맞춤형으로 제공돼야 한다”며 “단기 자금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든 만큼 당국은 한시적인 규제 지원을 축소해 금융 기관의 완충 장치를 강화하고 시장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 도입은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AMRO는 또 “경제 전망에 대한 하방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재정 정책을 활용해 재정건전성 경로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며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재정 준칙의 입법을 주도하고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개혁 조치 및 일정이 포함된 재정건전성 계획을 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 AMRO는 △공급망 회복력 강화 △공적 연금 개혁 △탄소 감축 목표 검토 및 조정 △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 △탄소 가격제 강화 △녹색채권 금융 활성화 △적극적인 인구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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