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원 규모로 커진 대리운전 시장에서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 혁신을 시도한다. 업계 ‘빅2’인 티맵모빌리티와 카카오모빌리티는 AI를 활용해 배차 속도를 높이거나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 차별화에 나섰다.
25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티맵모빌리티는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우선 고객 주변에 운행이 가능한 대리 기사의 운행 이력 등을 분석하고 고객에게 추천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AI가 안전한 대리 기사·고객 추천을 많이 받은 대리 기사·운행 완료 경험이 많은 베테랑 대리 기사 등의 유형으로 나눠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제공하고, 고객은 호출(콜)할 때 원하는 유형의 기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운행이 종료되면 AI 기술이 분석한 대리 기사의 운행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자료에는 대리 기사가 어떤 경로를 이용했으며 얼마나 안전 운행을 했는지 등을 모니터링 한 내용이 담긴다. 지금까지는 주변에 호출 가능한 대리 기사 인원 규모만 파악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운전 성향에 맞는 맞춤형 대리 기사를 추천해 고객 만족감을 높인다는 취지다.
배차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AI 기술 도입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AI를 활용해 기상청 데이터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기상 정보를 반영한 요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AI가 딥러닝으로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해 도착 예정 시간을 파악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 T 대리는 기사에게 AI를 활용한 수요 예측 지도를 제공해 기사들이 보다 높은 확률로 운행 요청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맵모빌리티도 AI가 배차 데이터를 학습해 날씨나 요일, 시간 등을 고려한 요금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동일한 경로라도 외부 조건에 따라 요금이 달라질 수 있는데 AI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배차 확률이 떨어지는 호출의 경우 AI가 판단해 대리 기사들에게 유동적으로 추가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며 “AI로 대리 기사 별 운행 이력을 분석해 선호 지역의 호출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현재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가 대리운전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에 따르면 2020년 대리운전 시장 규모는 2조 7672억 원으로 조 단위 시장으로 형성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 규모가 현재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AI 적용으로 실시간 쌓이는 대규모의 이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플랫폼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축적된 이동 데이터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정교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대리운전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내년 3월까지 현금성 프로모션 등을 할 수 없는 티맵모빌리티와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는 호출 서비스를 고도화 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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