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發) 위기와 금리·환율 우려 등 각종 대외 악재로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이달 증시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가들은 다음달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금융주 등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관련주를 최근 적극적으로 매집하고 나섰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코스피·코스닥·코넥스를 모두 더한 국내 주식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0조 2496억 원으로 지난달(22조 7428억 원)보다 11% 줄어들었다. 1년 전인 2023년 4월(26조 4989억 원)과 비교하면 23%나 감소한 규모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 감소가 두드러졌다. 코스닥 시장의 이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 748억 원으로 지난 달 11조 1924억 원보다 19% 줄었다. 코스닥시장 거래량은 8일 10조 568억 원을 기록한 것을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재보복을 감행해 증시 변동폭이 컸던 지난 19일(11조 7억 원)을 제외하고는 매일 10조 원 아래에서 움직였다. 총선 다음날인 11일에는 거래량이 6조 6167억 원까지 줄기도 했다.
코스피시장은 반도체 종목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등락폭이 큰 장세가 이어지면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지난달(11조 5476억 원) 보다 3% 적은 11조 1728억 원으로 줄었다.
주식 시장의 손바뀜 빈도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달 코스피의 시가총액 회전율은 9.28%로 지난달(10.50%)보다 11% 이상 낮아졌다. 코스닥은 39.93%로 3월(53.06%)보다 손바뀜이 25%가량 줄었다. 회전율은 시총 대비 거래대금의 비율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자 간 거래가 활발해 손바뀜이 자주 일어났다는 뜻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자 투자자들이 보다 신중하게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달 들어 주식 매도에 집중했던 기관투자가들은 다음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은행·자동차 등 저 PBR주를 중심으로 매수우위로 돌아섰다. 총선 이후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2조 6770억 원을 순매도하며 ‘팔자’에 나섰던 기관은 22~26일 5거래일 동안은 7610억 원을 순매수했다. 기관들은 이 기간 현대차, 기아, 신한지주(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등을 주로 매수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밸류업 추진 의지가 강한 만큼 5월까지는 투자 수요가 꺼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기대감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세법 개정에 대한 논의는 하반기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그때까지 관련주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여지가 많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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