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알게 된 해외 국적의 B씨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깊은 유대감을 쌓았다. 친해진 이후 B씨는 가상자산 투자로 큰 수익을 얻었다며 수익률을 인증하고 명품 사진을 보냈다. 부러워하는 A씨에게 B씨는 삼촌이 가상자산 전문가라며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권유했다. B씨 말을 듣고 한 투자에서 큰 수익이 나자 더 많은 돈을 보냈고, 결국 직장생활 20년 동안 모은 전 재산을 잃었다.
이는 대표적인 투자사기 기법인 돼지도살(pig butchering)이다. 돼지를 살찌게 한 뒤 많은 고기를 얻듯이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맺고 피해자를 부추겨 가상자산을 구입하게 한다. 초기에 돈을 불려 투자 규모를 늘린 다음 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이 과정에서 약간의 ‘로맨스’ 요소가 첨가된다.
29일 금융감독원은 2023년 6월 1일 ‘가상자산 연계투자 사기 신고센터’을 출범한 이후 누적 2209건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올해 1~4월 접수 건 중 유형별 비중은 리딩방(26.5%), 미신고거래소(18.9%), 피싱(17.7%), 유사수신(5.25%) 순으로 나타났는데 유사 유형이 반복돼 접수되고 있다. A씨 사례는 가상자산과 연계된 대표적인 투자사기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금감원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공동으로 ‘가상자산 투자사기 피해 예방’ 종합 홍보를 실시하기로 했다. 투자사기와 관련해 경각심을 고취하고 투자자 피해 예방 홍보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건 가운데 주요 사례 7가지를 선정해 투자자 유의사항과 예방법을 안내하는 ‘가상자산 연계 투자사기 사례 7건’을 발간했다. 미신고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사기, 락업코인 판매(블록딜) 사기, 로맨스 스캠 사기, 유명 코인 사칭 사기, 가상자산거래소 직원 등 사칭 사기, 가상자산 리딩방과 대리매매 사기, NFT 경매 사기 등이 대표적인 유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업계와 상호 협력을 통해 가상자산 투자자 피해 예방에 노력하고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등 불법행위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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