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테슬라 혁신’을 이끈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한다. 연구와 생산 분야에 적용하려던 기술을 그룹 운영의 전 과정으로 확장하고 이에 맞춰 학습 인프라도 개편한다. 혁신을 강조해온 현대차그룹이 미래 전략에 따라 테슬라의 혁신 생태계 학습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의 제조·공급망 혁신 생태계 분석과 관련한 한국경영학회의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를 최근 수령했다.
완성차 회사와 상반된 생산 방식과 조직 문화를 가진 테슬라를 해부하고 혁신적인 요소들을 받아들이자는 취지다. 현대차그룹은 싱크탱크 조직인 HMG경영연구원에도 해당 내용을 공유했으며 경영진은 최근 보고서와 관련해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핵심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테슬라 연구를 위해 연구용역을 맡긴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연구용역 보고서의 핵심은 ‘디지털 트윈 시스템’의 확대다. 현대차그룹의 디지털 트윈 목표를 그룹 차원에서의 공급망 설계, 사용자 경험 등 그룹 운영의 전 과정으로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이란 특정한 사물과 상황을 가상현실(VR) 등을 이용해 컴퓨터상에 ‘쌍둥이 데이터’를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현실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가상 모델을 구현함으로써 운영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찾을 수 있다. 실제 실험을 거칠 필요가 없어 시간·비용 감축도 가능하다.
디지털 트윈의 광범위한 확장은 현대차그룹의 ‘정교한 혁신’을 이끌 수 있다. 각 생산 공장에 적용해 조건별로 최적의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최적의 생산 속도와 생산 라인 재배치에 따른 영향 등이 예측 가능해진다. 또한 공급망 등 모든 분야와 연결된 디지털 트윈은 가상세계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산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인다. 분절된 데이터로는 확보하지 못하는 결과값을 확장된 디지털 트윈으로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현재 테슬라는 디자인·엔지니어링·제조·공급망·충전·재생 등 전 주기에 디지털 트윈을 도입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디지털 트윈을 생산과 연구에만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싱가포르에 준공한 ‘현대차그룹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와 현대모비스의 차량 개발용 디지털 트윈인 ‘엠 데브 스튜디오(M Dev Studio)’가 대표적이다.
학습 플랫폼과 연동할 경우 효과는 배가 된다. 구성원들은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 학습한 내용을 실제 업무 상황에 즉시 적용해보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일방향적이고 개별적이었던 기존 학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혁신을 촉발하는 아이디어나 기술은 실제 과업에 적용할 수 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방침에 따라 해당 방식으로 학습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핵심 관계자는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 내재화하는 방안이 (보고서를 통해) 제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 상당수의 전자 회사가 피처폰에 집착하다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그룹 생태계 전반에 혁신을 불어넣겠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의 효과는 테슬라의 상각전영업이익(EBITA) 마진율에서 드러난다. 테슬라의 최근 3년간 EBITA 마진율은 18.3%다. 같은 기간 현대차(12.3%)를 앞서는 수치다.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의미다다. 테슬라는 2012년부터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차량 생산에 적용해 현재 업무의 대부분에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테슬라 공부’는 혁신을 강조하는 현대차그룹의 방향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우리는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현대차가 준수한 성적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혁신의 아이콘인 테슬라를 학습하며 혁신 생태계 구축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2022년 임원들에게 출퇴근 시 테슬라를 직접 타보고 장단점을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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