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 개혁 공론화 시민대표단 56%의 선택을 받은 소득보장안의 적자 폭이 당초 거론되던 것보다 300조 원가량 더 많다고 밝혔다. 재정 안정에 중심을 둔 안과의 차이는 기존 2600조 원가량에서 5600조 원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정치권 논의 과정에서 해당 부분이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30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재정 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보장론(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으로 불리는 1안을 택할 경우 2093년 기준 누적 적자 규모가 현행(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보다 1004조 원 늘어난다. 기존에 알려진 702조 4000억 원보다 301조 6000억 원 더 많다. 반면 2안대로 개혁할 때 누적 적자 감소 폭은 4598조 원에 달했다. 2안 선택 시 재정 기여분이 5600조 원 정도 되는 셈이다.
이날 정부는 공개적으로 1안의 지속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정윤순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보험료율을 14%로 인상해도 재정 전망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1안은) 현재보다 재정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정 안정이 수반되는 방향으로 국회가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의원들도 1안을 문제 삼았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적절한 고갈 시점을 언제까지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58%의 시민대표단이 2075년 이후를 원했다”며 “재정 안정을 원하는 의견이 상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호영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은 “보험료를 1%포인트만 더 내고 소득대체율이 10%포인트 더 오른다면 저라도 1안을 고를 것”이라며 “재정지출이 같은 두 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국민연금 의무 가입 연령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할 경우 오히려 재정 전망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율이 9%든 13%든 소득대체율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의무 가입 연령을 높이면 보험료 납부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가입 기간도 늘어나 수입 증가분보다 오히려 지출이 더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이날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21대 국회 임기 내에 연금 개혁 논의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날에도 대통령실과 야당 사이의 의견 차이가 확인돼 속도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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