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재무 위험 공공기관 14곳의 차입금이 3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들 기관의 1년 치 이자만 약 7조 원으로 하루에만 19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재무 위험 공공기관 14곳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관의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이 311조 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1년 만에 17조 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324개(산업은행·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제외) 공공기관 차입금의 48.4%로 절반에 육박했다. 에너지 부문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높아진 원재료 구입비와 운영비를 차입금으로 메운 결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전은 전력 공급 비용 조달 등에 사용한 9조 6000억 원을 포함해 최근 한 해 동안 차입금이 12조 6712억 원 늘었다. 에너지 공기업 중에서는 남동발전(-6186억 원)과 서부발전(-2614억 원), 남부발전(-2171억 원), 동서발전(-1514억 원), 중부발전(-3402억 원) 등으로 차입금이 줄어드는 게 눈길을 끌었다.
석유공사는 791억 원 차입이 줄어 지난해 15조 4196억 원을 기록했다. 대신 지역난방공사와 광해광업공단이 각각 5217억 원, 5707억 원 증가한 4조 1018억 원, 7조 6524억 원의 차입금을 보유했다. 대한석탄공사가 948억 원 증가했고, 한국수력원자력도 1조 원 가량 차입금이 증가해 에너지 가격 동결에 따른 자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차입금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스공사는 4조 1517억 원이 줄었지만 여전히 37조 1110억 원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LH는 차입금이 6조 6870억 원 증가한 88조 3361억 원, 철도공사도 1조 547억 원 늘어난 15조 1027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재무 위험 공공기관 대부분이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차입금을 크게 늘렸다. 14개 기관의 장기 차입금(1년 이상)이 한 해 4조 8000억 원 증가하는 동안 단기 차입금은 12조 5000억 원 늘어났다. 자금 사정이 빠듯해지면서 급전을 당겨 쓴 꼴이다. 단기 차입의 경우 장기보다 이자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324개 공공기관 중에서는 차입금이 없는 곳이 100여 곳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단기 차입 확대를 경계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이 일반 사기업과는 다르지만 비용과 가격이 일치하지 않고서는 부채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료, KTX 운임료 등 공공요금 인상은 묶어놓은 데다 대규모 국책 사업을 공공기관이 떠안는 구조는 놓아두고 공공기관 경영 정상화를 실현시키기는 어렵다”며 “필요에 따라 재정이 보전하면서 가격 기능을 점진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공공기관의 총부채는 2022년 670조 9000억 원에서 지난해 709조 원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 폭이 전년도 23.1%포인트에서 지난해 5.1%포인트로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종=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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