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예비후보자공약집을 무상으로 배부하거나 지역 내 이발관 등에서 이를 위탁 판매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 지역구에 수제비와 냉면 등을 무료로 제공한 기초자치단체장 예비후보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른 유죄를 확정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결을 수긍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은 대통령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의 예비후보자의 경우 예비후보자공약집 1종을 발간, 배부할 수 있도록 하되 배부방법에 있어 통상적인 방법으로 판매하도록 하는 등의 제한을 두고 있다"며 공약집은 기부행위제한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또 공직선거법 제59조를 근거로 들어 "예비후보자에게 사전선거운동으로 명함을 교부하거나 예비후보자홍보물을 우편발송하는 행위 등을 허용하는데, 예비후보자공약집은 상당한 비용을 들여 도서의 형태로 발간되는 것이어서 이를 무상으로 배부하게 되면 자금력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우월한 홍보활동과 효과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하게 되므로, 결국 후보자의 자금력이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피고인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세 명의 피고인에게 자신의 공약집 614부를 준 뒤, 이를 자동차 와이퍼 등에 끼워두거나 우편함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무료로 배포했다. 또 일부 공약집은 지역구 내 이발소 등에서 판매됐다.
피고인은 또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 수제비, 냉면 등이 들어있는 박스를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일부 기부 행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해 피고인에게 1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명함 교부 행위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고, 공약집은 '기부행위 지시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따른 기부행위는 비록 그 상대방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한 후 일련의 계획에 따라 피고인들과 공모해 예비후보자공약집 614부를 제공한 것으로 범의의 단일성이 인정된다"며 "각 제공의 경위가 동일하며 그 제공의 시간과 장소도 매우 밀접하고, 기부행위의 상대방이 모두 선거구민 내지 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신분이 동일하므로 각 포괄하여 하나의 죄가 성립한다"고 짚었다.
대법원 역시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여러 가지 죄명에 해당하는 경우)에 따라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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