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연금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특위는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5월 내에 개혁안을 만들어 입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협상 과정에서 쟁점은 ‘소득대체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안정론에 가까운 더불어민주당과 재정안정론에 힘을 싣고 있는 국민의힘 모두 보험료율이 어느정도 올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보험료율…인상에 양측 공감
현재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2%다.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져 40%가 될 예정이다.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수지균형보험료율’은 19.8%로 알려졌다. 지금은 필요한 비용의 절반도 내지 않는 구조인 셈이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제도 연착륙을 위해 낮은 보험료율을 설정한 뒤 36년간 단 한 차례도 인상하지 않은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연금 보험료율은 18.2%, 소득대체율은 42.3%다. 장기적으로 이정도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한 셈이다.
실제로 연금개혁을 위해 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진행된 시민 대표단 숙의 과정에서 논의된 연금개혁안들은 모두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득보장론이 지지하는 1안은 보험료율을 13%로 지금보다 4%포인트 인상한다. 재정안정론의 2안은 보험료율을 3%포인트 끌어올려 12%로 하자는 내용이다. 지난해 민간 자문위원단 중심으로 연금개혁 논의가 진행될때는 보험료율 15%·18%안도 함께 논의된 바 있다. 양측 모두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연금 특위가 개혁안을 도출할 경우 일정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이 포함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견은 소득대체율에…“노인빈곤 해결” vs “기금 안정부터”
소득보장론과 재정안정론을 가르는 핵심은 소득대체율이다. 1안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자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들은 현행 수준의 소득대체율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특위 산하 공론화위가 진행한 시민 숙의 토론 결과 500명 시민 대표단의 56%는 소득보장론인 1안을 택했다.
2안은 소득대체율을 더이상 올리지 말고 40%로 유지한채 보험료율만 올려 기금 재정을 안정시키자는 내용이다. 선진국 수준에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인데다 소득대체율을 인상할때 발생하는 미래 연금 지출 상승폭이 너무 커 도저히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시민 숙의 토론에서 2안을 택한 비율은 43%였다. 동시에 시민 대표단의 57.9%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075년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국민연금의 예상 고갈 시점은 2055년이다.
소득대체율이 쟁점이 된 것은 대체율 인상에 따른 비용 때문이다. 연금 학자들에 따르면 통상 소득 대체율을 2%포인트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1%포인트 함께 올려야 미래 재정 지출이 전망이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1안의 경우 보험료율은 4%포인트 올리면서 소득대체율은 10%포인트를 높여인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안대로 연금개혁을 할 경우 2093년 기준 누적적자는 약 1004조 원 더 악화된다.
그래서 은퇴하면 얼마 받나…“가입기간 따라 달라진다”
연금개혁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소득대체율은 각 가입자들이 미래에 수령할 연금액을 결정하는 기본 지표다. 소득대체율이 50%면 수령산정기준액의 50%를, 소득대체율이 40%면 기준액의 40%가 매달 지급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이 기준액은 가입자가 평생 벌어들인 월 소득의 평균액이다. 기준액 300만 원이고 소득대체율이 50%면 연금수급개시 연령이 된 이후 매달 국민연금을 통해 150만 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두 가지를 더 생각해야 한다.
첫번째 변수는 가입기간이다. 보험료를 1년만 낸 사람과 40년 넘게 성실히 낸 사람의 국민연금 기금에 대한 기여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연금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연기금은 가입기간에 따라 조금씩 다른 소득대체율을 적용하고 있다. 물론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이 받아가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가입 기간 40년을 채울 경우 소득대체율(2028년 기준 40%)의 최대치를 지급한다. 1년당 약 1%포인트씩 높아지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선 ‘최소가입기간’이 있다. 10년(120개월)이다. 이 기간을 채워야 연금수급개시연령이 된 이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의무가입연령(59세) 이전에 이 기간을 다 못 채운 사람은 세가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첫째, 그동안 낸 보험료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일시금으로 반환받는 방식이다. 둘째, 60세부터 수급개시연령(65세)가 될 때까지 ‘임의계속가입자’ 자격으로 보험료를 더 내서 최소가입기간을 채우는 방식이다. 수익률로 따지면 반환 일시금을 받는 것보다 임의계속가입자가 되는 것이 더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방법은 ‘추후 납부’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경제활동 기간 중 실직·상버 중단 등으로 내지 못한 보험료를 한번에 사후 납부하는 제도다.
최소가입기간 10년을 채운 뒤 20년 까지는 소득대체율 20%가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들도 10년만 채우면 상대적으로 높은 연금을 보장해주기 위한 장치다. 가입기간 20년부터는 1년 늘어날 때마다 소득대체율이 1%포인트씩 높아진다. 그렇게 쌓아서 총 40년 가입하면 기준액의 40%를 지급받게 된다.
40년을 다 채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40년은 커녕 2024년 1월 기준 국민연금을 받는 654만 1162명의 어르신 중 가입기간이 20년 이상인 분은 59만 884명(9%)에 불과하다. 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가입 기간은 2030년 20.3년, 2050년에 24.3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입기간이 24.3년이면 제도가 보장하는 소득대체율이 40%여도 실질 소득대체율은 24.3%에 그치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는 1988년 도입된 이후 36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40년을 채운 가입자가 존재할 수 없다.
다만 선진국 역시 평균 가입기간이 40년을 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40년간 보험료를 내려면 20대 중반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60대 중반까지 단 1년도 쉬지 않고 일하며 보험료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유럽 연합 국가들의 평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은 35.7년이다. 연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취업을 조금 늦게 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평균 가입 연령을 최소 30년으로 늘려야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 장치로 충분히 기능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국 국민연금만의 특징 ‘재분배 기능’…A값이 조절한다
우리나라는 변수가 하나 더 있다. ‘A값’이다. 다른 말로는 ‘물가를 반영한 전체 가입자 평균 소득월액의 지난 3년간 평균액’이다. 일반적인 연금 제도가 ‘평균 월 소득’에 가입기간을 고려한 ‘소득대체율’을 곱해 수령액을 정하는 것과 달리 우라나라는 연금 제도에 재분배 기능을 추가했다. 그래서 전체 가입자들이 최근 3년 벌어들인 평균 소득을 A값, 각 가입자들의 가입기간 중 소득 월액의 평균액을 B값으로 두고 이 둘의 평균을 연금 산정의 기준액으로 삼는다. 어려우니 예시를 들어보자.
2024년 A값은 298만 9237원이다. 지난 3년간 2200만 명에 달하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평균 월 소득액이 이정도라는 의미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300만 원으로 잡겠다. B값은 사람마다 다르다. 가입기간 중 각자의 월 평균 소득액이어서다. B값이 100만원인 갑, 300만원인 을, 500만원인 병이 있다고 하자, 이 경우 갑의 연금수령 기준액은 200만원(300만 원·100만 원 평균), 을의 기준액은 300만 원(300만 원·300만 원 평균), 병의 기준액은 400만 원(300만 원·500만 원 평균)이 된다.
기준액을 구했으니 연금 수령액도 구할 수 있다. 가입기간을 30년으로 잡으면, 즉 실질소득대체율을 30%로 정하면 갑의 월 연금 수령액은 60만 원(200만 원*30%), 을의 수령액은 90만 원(300만 원*30%), 병의 수령액은 120만 원(400만 원*30%)이 된다. 만약 A값이 없었다면 갑의 월 연금 수령액은 30만 원(100만 원*30%), 을의 수령액은 90만 원(300만 원*30%), 병의 수령액은 150만 원(500만 원*30%)이었을 테다. 갑과 병 사이의 연금 수령액 차이를 살펴보면 A값을 적용하기 전에는 5배(30만 원, 150만 원)에 달했던 것이 A값 적용 후에는 2배(60만 원, 120만 원)로 줄어들었다. A값이 연금 수급액을 재분배 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민연금 수급자 중 매달 200만 원 이상을 받는 사람은 3만 1840명으로 전체의 0.48%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을 월 200만 원 받으려면 가입기간 중 월 평균 소득을 얼마여야 할까? 이들의 평균 가입기간이 30년 이었다고 가정할 경우 실질소득대체율은 30%다. 따라서 연금 수령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액이 667만 원이어야 2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A값은 약 300만 원이다. 따라서 가입자가 가입기간 내내 월 평균 1034만 원을 벌었어야 국민연금을 매달 200만 원 받을 수 있다. 1034만 원과 300만 원의 평균이 667만 원이고 667만 원의 30%가 약 200만 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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