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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짜리 사과 사면 630원이 유통비용…2027년까지 10% 낮춘다[뒷북경제]

■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안

사과 1000원일 때 유통비 626원

2027년까지 비중 10% 낮춘다지만

일부 대책 10년 전 내용과 판박이

온라인 도매시장 등 정책의지 중요





마트에서 사과를 사면 유통 비용은 그중 얼마를 차지할까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사과의 유통 비용률은 62.6%로, 1000원을 주고 사과를 1개 구매했다면 그중 626원은 유통 비용인 셈입니다. 2012년 42.9%였던 사과의 유통 비용은 10년 새 1.5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는 최근 ‘농수산물 유통 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사과·배 등 농산물 고물가의 원인 중 하나로 복잡한 도매시장 유통 과정, 과다한 유통 마진 등이 지적된 데 따른 대책으로, 정부는 2022년 기준 평균 49.7%에 달하는 농산물 유통 비용을 2027년까지 3년 안에 10% 이상 절감하겠다는 목표 아래 10대 중점 추진 과제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안의 핵심은 농축산물 유통비 비중 평균을 2027년까지 45% 아래로 10%가량 낮추겠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도매 법인 지정 기간(5~10년) 만료 시 성과 평가 △성과 부진 법인의 경우 지정 취소 의무화 △9개 중앙도매시장 위탁수수료(7%) 적정 여부 점검 △온라인 도매시장 5조 원 규모로 육성 등 내용이 담겼습니다.

정부는 또 거점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2026년까지 100곳을 구축하고 APC의 청과물 취급 비중을 생산량의 30%에서 50%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대형마트에서 사과 같은 품목의 낱개 판매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2%대 물가 기조가 정착될 때까지 총력을 다하는 한편 근본적 접근을 병행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책이 정말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정부가 농산물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크고 작은 유통 구조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최종 가격에서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되레 그 사이 6%포인트 가까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3년 5월 박근혜 정부 때도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 종합대책’이란 제목으로 비슷한 규모의 대책이 발표된 바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농축산물 유통 비용이 평균 40~45% 수준이라며 △도매시장 내 정가·수의매매 비중 2016년까지 20%로 확대 △직거래 매장 인센티브 확대 △민관 합동 유통 포럼 개최 등 5대 전략과 16대 과제를 추진해 이를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유통 비용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한국농수산유통식품공사(aT)에 따르면 2013년 종합 대책 발표 전인 2012년 평균 43.9%였던 농축산물 유통 비용 비중은 △2016년 44.8% △2018년 46.7% △2022년 49.7% 등으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그동안 정부 대책이 맹탕이었음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1976년 농수산물 유통·가격안정법이 시행된 지 벌써 50년 가까이 됐는데 지정 취소가 된 법인은 6곳에 그친다”며 “그만큼 오프라인은 이해관계자들끼리의 공고한 틀이 형성돼 쉽게 깨기가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대책 가운데 일부는 과거 판박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10년 전에 담겼던 도매시장 내 정가·수의 매매 비중 확대가 똑같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016년까지 이 비중을 20%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2022년 기준 19%에 그쳤습니다. 농수산물 유통 포럼 운영과 산지 유통 규모화, 농산물 APC 개선 등도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주요 과제에 올랐습니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유통 구조 개선은 늘 거론돼오던 문제지만 이해관계자 눈치에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며 “이번에도 유통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금사과 사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도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는 조언도 많습니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일정 요건을 갖춘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공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농산물 거래가 가능한 전국 단위 시장으로 거래가 체결되면 산지에서 구매처로 물류가 직배송돼 유통 단계를 기존 대비 1~2단계 줄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 규모를 가락시장 수준(5조 원)으로 키워 유통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온라인 도매시장이 활성화되면 칸막이가 있는 오프라인 도매시장끼리의 경쟁을 촉진하면서 유통 구조상 많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 도매시장 1~2개는 사라지는 등 수족관에 메기를 풀어놓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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