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4·10 총선 과정에서 함께 뛴 당 사무처 당직자들과 만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 참패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한 전 위원장은 물밑에서 당내 인사들과 잇따라 접촉하며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이르면 6월 말에 치러질 전당대회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을 향한 여권 내 대권 잠룡들의 견제가 쏟아지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약 3시간 가량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형동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당직자, 경호팀 인사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선거를 마무리 짓고 회포를 풀기 위해 술을 겸한 저녁 자리였지만, 한 전 위원장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한 전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처음 같이 호흡을 했으니 종종 같이 보며 교류하자. 특별한 추억이 있어 소중하다”며 정기적인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당대회 등 당내 현안에 대한 얘기는 자제한 채 위로와 안부가 담긴 대화들이 오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앞서 한 전 위원장은 지난달 16일에도 함께 지도부를 이끌던 전 비대위원들과 저녁 식사를 한 바 있다.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채 안된 식사자리에서 한 전 위원장은 건강이 악화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모임에서는 건강 상태가 양호해보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한 전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을 제안받았지만 건강상 이유로 참석을 거절한 바 있다.
옛 동료들과의 교류일 뿐이지만, 한 전 위원장의 수면 아래 행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 등 정치 복귀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를 가능한 한 연기해달라는 말을 측근 국회의원들에게 했다”고 주장했지만, 한 전 위원장은 “비슷한 말도 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한 전 위원장의 의지와는 별개로 당내 유력인사들은 그를 연일 비판하면서 ‘잠재적 대선 후보’로 여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0일 자신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동훈의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를 했다. 총선을 대권 놀이 전초전으로 한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의 총선전략을 겨냥해 “586 심판론이나 운동권 심판론을 하게 되면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는 것 같지만 스스로 심판론의 프레임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이라며 ‘한동훈 책임론’을 띄웠다. 오 시장은 지난달 총선 직후 마련된 서울 지역 낙선자들과의 만찬 회동에서도 한 전 위원장 측에 서울시의 성공한 정책을 전국 공약화해달라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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