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시장에도 진출해 균형 있는 금융지주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것입니다.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서는 보험 산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우리의 실력도 검증받을 것입니다. 증권사와 달리 보험사는 외국계 등의 매물이 수시로 나오고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임종룡(사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험 시장 진출 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금융은 최근 계열사인 우리종합금융이 한국포스증권과 합병해 증권업에 다시 진출했다.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 계열사가 없었지만 이번 합병으로 증권사 확보에 성공했다. 그만큼 비은행 계열사 보강이 절실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우리금융 실적의 96%가량을 차지한다. 올 1분기의 경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KB국민은행을 제외하면 신한·하나은행과의 순이익 격차가 약 500억~1300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증권·보험 계열사가 없다 보니 다른 금융지주들과 5000억~6000억 원가량 차이 나는 공백을 메울 방도가 없었다. 우리종금과 포스증권과의 합병으로 증권업에 다시 진출한 만큼 이제 남은 유일한 과제는 보험사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일이다.
임 회장은 보험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도 무리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강조했다. 임 회장은 일각에서 롯데손보의 기업가치로 2조~3조 원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금액”이라며 “판매사가 원하는 가격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가격을 써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좋은 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에 롯데손보 인수전에서 오버페이하거나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실제 시장에는 외국계 보험사를 비롯해 KDB생명 등이 이미 매물로 나와 있거나 나올 예정이다. 롯데손보보다 더 좋은 매물이 더 좋은 조건에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임 회장의 판단이다. 임 회장은 “우리금융처럼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원매자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며 “타이밍과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새로 출범하는 ‘우리투자증권(가칭)’의 명확한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5년 내 자기자본 4조 원 갖춘 초대형 투자은행(IB)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며 “자기자본을 키우기 위해 증권사 추가 인수나 증자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종금이 당분간 이어갈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과거 메리츠종금이 10년간 발행어음 사업 유예 기간을 가졌던 만큼 합병 증권사도 일정 기간 발행어음업을 겸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금융과 디지털 능력을 갖춘 차별화된 IB로 성장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합병을 통해 증권업에 다시 진출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대형 증권사는 물론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모두 먹고살 만한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리 두드려도 매물이 나오지 않았다”며 “차라리 라이선스를 획득한 후 우리가 원하는 증권사를 만들어가는 것도 새로운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금융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증권사는 기업금융에 강하면서 디지털 역량을 갖춰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증권사였고 그 해법이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합병이었다”며 “실제 종금업과 펀드슈퍼마켓의 업무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두 회사를 합병한다고 해서 인적 구조조정은 필요치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을 수혈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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